
사람은 신뢰 속에서 성장합니다.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 독일)는 “신뢰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 타인에 대한 신뢰,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신뢰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자기 신뢰(Self-Trust)가 가장 기본이 되는데, 자신을 신뢰하지 않고서는 타인이나 사회를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기 신뢰는 자신이 내리는 선택과 결정에 대해 흔들림 없이 믿음을 갖는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개인은 지속적인 성장과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생애에서 부모의 사랑과 믿음, 애정과 관심은 자기 신뢰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됩니다. 즉, 자신을 믿는 것은 삶의 첫걸음이며,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무조건적인 신뢰는 아이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며, 자율성과 책임감을 기를 수 있게 합니다. 학교에서는 또래 친구, 선생님, 주변 어른들에게 신뢰를 느끼는 경험이 쌓이며, 직장에서는 동료나 상사와의 신뢰로운 관계가 형성될수록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신뢰로운 사람이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신뢰는 경험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며, 그것이 충분히 쌓였을 때 사람은 성숙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신뢰를 갖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 1533-1592, 프랑스)는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것은 위대한 모험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자기 기준과 판단을 확신하기까지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외부 환경의 영향을 피할 수 없습니다. 부모의 양육 태도, 교육 환경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 또한 개인의 신뢰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개인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교수님, 동료나 직장 상사가 항상 신뢰를 주는 존재가 아닐 수도 있으며, 때로는 실망감을 안겨주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자기 신뢰를 흔들리게 만들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를 극복하고 더욱 단단한 신뢰를 쌓을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기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외부 요인을 인식하되, 이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의 기준과 가치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자기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소크라테스(Socrates, 기원전 469-399, 고대 그리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습니다. 자기 신뢰는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말입니다. 그런 다음 작은 성취 경험을 쌓습니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이 반복될수록 자기 신뢰는 강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킵니다. 타인과의 약속만큼이나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비교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습관은 자기 신뢰를 해치는 주요한 요인입니다.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신뢰를 형성할 수 있기에 두려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향과 속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기 신뢰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타인에 대한 신뢰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신뢰는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신뢰가 없으면 어떤 공동체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타인을 신뢰할 때는 분별력 있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일관성이 있는 사람은 신뢰할 수 있는데,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은 신뢰할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해가 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있어 일관적인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겠죠. 또한, 타인의 말보다는 행동을 보아야 합니다. 신뢰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관찰하면서 기본적으로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인지 보면 됩니다. 신뢰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오랜 경험과 관찰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신뢰로운 사회일까요? 대한민국은 신뢰를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근면성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높은 시민 의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위기 상황에서는 놀라운 연대와 단합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높은 경쟁 압박 속에서 개인 간 신뢰가 형성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학업, 취업, 경제적 성공 등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면서, 때로는 단기적인 성과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신뢰 형성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뢰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협력과 상생을 중시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타인과 세상을 신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건강한 관계를 맺고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룰 수 있습니다. 개인은 자신의 신뢰를 강화하는 동시에, 신뢰할 만한 타인을 분별하는 능력을 기르고, 사회 속에서 균형 잡힌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개인의 신뢰가 온전히 발휘되기 위해서는 정치와 사회의 성숙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조화 속에서 신뢰는 실질적인 의미를 갖게 됩니다. 결국, 개인과 사회가 함께 신뢰를 쌓아갈 때 우리는 더욱 신뢰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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