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살면서 개개인이나 조직이나 한 국가가 한 단계 도움닫기 하기 위해서는 언제부터 할지에 대해 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하다못해 금연을 해도 당장 말이 나온 김에 끊기보다 4월 1일부터 한다든지 하는 기점을 잡는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그 출발 선상에 올려놓고 반드시 해내고 말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우리 치과계에 있어 또 한번의 도약을 향한 출발선 상에 놓을 수 있는 해가 아닌가 한다.
올해는 우리나라에 치의학이 들어온지 100주년인 해이며, 새로운 100년을 향한 첫 걸음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향후 100년의 치과계를 위해 도약의 발판을 다질 시점이 바로 올해라는 것이다.
향후 100년의 역사를 써 내려가기 위해서는 거창한 구호나 위대한 플랜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일단 뿌리부터 견실히 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100년은 아마도 이미 흘러간 100년과는 달리 상상조차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세상이 바뀌어 나갈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과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이래 불과 30년도 안돼 우리는 AI라는 거대한 폭풍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AI시대가 본격화 되다보니 앞으로 100년은 치의학과 치과기자재 발전에 놀랄만한 성장이 이뤄질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폭발적인 변혁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올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바로 우리가 속해 있는 이 단체의 뿌리와 줄기를 튼실하게 재정비해야 하는 일이다. 격변의 시대에 발 빠르게 대처해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강한 뿌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가 부실하면 가벼운 바람에도 휩쓸려 부러질 수 있고 뿌리가 허약하면 큰 나무로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장 첫 번째로 정비해야 할 부분은 정관이다. 우선 집행부 조직부터 견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치협이 내부에서부터 흔들려 왔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협회장의 권위가 너무 취약하다는 점이다. 협회장이 추구하는 철학으로 협회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협회장과 호흡을 같이할 임원을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협회장에게 당연히 임원에 대한 임면권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
정관에 임원에 대한 대의원총회 선출방식은 수 십년 전 신설된 조항이다. 지난 2022년 제주총회에서 협회장의 임원 임면권에 대한 안건이 부결됐지만 다시 상정해 개정해야 한다. 이 조항이 생긴 이래 감사를 제외한 이사들을 직접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한 예도 없었고 통상 협회장에게 일임하는 것이 관례였다. 즉 이미 관련 조항이 신설되자마자 곧바로 사문화된 조항이다.
더욱이 이 조항은 악용될 소지가 많다. 선거에 패배한 측이 이 조항을 들어 임원을 대의원총회에서 선출하자며 각 이사들을 각각 선출할 때 신임 협회장 이사진에 반대측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식으로 이사선출하기에는 현실성이 적다고 해도 가능성은 열려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내홍으로 3년을 보낼 개연성이 높다. 이미 그러한 유사한 경험을 2021년 보궐선거 이후 집권한 제32대 집행부에서 경험하지 않았는가. 당시 제31대 임원들이 자신들은 대의원총회에서 선출됐다며 남은 임기 2년 내내 내부에 남아 분란만 일으켰었다. 이것이 치과계 발전에 도움이 되었겠는가.
지난 2022년 제주총회에서 보궐선거시 기존 임원 임기가 자동 종료되는 안이 통과되어 다행이지만 화근이 될 수 있는 이러한 조항은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치협의 내부를 갉아먹는 제도가 선거제도다. 현재 협회의 ‘정관 및 규정 제·개정 특별위원회’에서 많은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왕 개선하려면 과감하게 해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고 소송도 빈번한 제도가 선거제도다. 그 중 선거인단 공개가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총회에서 일단 명단만 치협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이 통과했지만 그것으로 어떻게 선거운동을 한다는 것인가. 모든 회원의 폰번호를 안심번호로 전환해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 또한 이미 치과병의원과 원장이름은 대중에게 공개되어있는 만큼 이를 공개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기에 홈페이지에 지역별 명단과 병의원 주소 및 병의원 전화번호 공개와 함께 개인 안심번호도 각 캠프에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 봄직하다.
세 번째는 2022년 치의신보 신년호 특집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회원과 협회 및 지부 회장과 임원들이 가장 선호했던 후보 선출방식이 협회장 1인 또는 협회장과 부회장 각 1인(1+1)방식이었다.
1+1제는 2023년 총회에서 부결된 적이 있지만 필자 견해로는 협회장 1인 독자 출마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행 1+3제가 동창회별로 줄세우기식이라 폐해가 많았다면 1+1제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차라리 협회장 단독 출마로 추후 구성되는 부회장과 이사들은 협회장이 임면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경우 지금과 같이 부회장 수를 많이 늘일 필요도 없어 보다 효율적인 업무수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는 정부 당국의 반대로 매번 협회요구가 무산됐지만 협회 자율징계권 등 자율권한이 확대돼야 한다.
변호사협회와 같이 자율징계권이 확보된 단체는 월회비 미납시 과태료를 물게 하며 변호사 개업시 반드시 소속지부를 통해 협회에 가입토록 하고 있고 사건 수임시 매번 경유증표까지 유료로 발급받도록 하는 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변호사에 대한 직접징계도 가능하다.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의료인 단체 모두 합심해서 최소한의 자율징계권이라도 확보해야 한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는데 여전히 정부가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후진적인 통제방식인지 주장해야 한다. 이 자율징계권이 확보돼야 고질적인 미등록 회원이 해소되며 그럴 경우 굳이 보수교육 등록비를 차등적용할 필요도 없게 된다.
이러한 4개의 과제가 비록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협회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협회장의 권한을 확실하게 실어주어야 협회가 회원들을 위해 강력한 힘을 가지고 뛸 수 있다. 강한 리더십을 갖도록 제도를 대폭 개선해 줘야 향후 100년 역사를 부끄럽지 않게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지난번 치의신보 좌담회에서 말했듯이 “회원들 전체가 투표에 참여하는 만큼 선출된 협회장에 대해서는 ‘임파워링(Empowering 권한과 자율을 부여해 내재적 힘을 이끌어내는 것)’을 해 줘야 한다. 이에 반기를 드는 것은 협회의 존립을 위협하는 행위”임을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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