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선대본부장인 브래드 파스케일은 종이 빨대로 음료를 마시던 도중 짜증이 밀려왔다. ‘몇 모금 마시지도 않았는데 눅눅해지고 금세 찢어지다니…’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트럼프 로고를 새긴 플라스틱 빨대를 선거 캠페인에 도입해보면 어떨까.’ 지지자들에 보낸 e메일에서는 ‘음료를 마실 때 젖으면서 흐물흐물해지고 이상한 맛이 나는 종이 빨대’에 대한 반감을 자극했다. ‘진보적인 종이 빨대는 쓸모없다’며 환경 문제를 우선 가치로 두는 민주당 조롱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라고 적힌 9인치(약 23㎝) 길이의 플라스틱 빨대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10개들이 한 묶음에 15달러로 비싸도 판매 1주일 만에 46만달러(약 6억6800만원)나 벌어들였다. 여기서 나온 수익금은 선거자금에 보탰다. 트럼프의 상징과도 같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대 ‘빨대를 다시 위대하게(Make straws great again)’란 패러디도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플라스틱 빨대로의 회귀를 천명했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연방정부와 소비자의 플라스틱 빨대 구매를 장려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35년까지 연방정부 차원의 일회용 플라스틱 구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한 조 바이든 행정부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그간 트럼프의 반환경적 행태를 감안하면 종이 빨대 퇴출은 예견된 수순일 수 있다. 기후위기를 ‘중국이 지어낸 사기’로 폄훼하고 화석연료 감축도 부정적인 그는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1호 행정명령으로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했다. 미국 기후전문매체 등을 보면, 트럼프 1기 시절 폐지되거나 후퇴한 환경보호 조치는 무려 208건에 이른다. 앞으로 이보다 더한 ‘친환경 지우기’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와 지구 생명체에 위해를 미친다는 연구·실험 보고서가 지금 한둘인가. 트럼프의 반환경 정책은 세계의 자원순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도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유예시킨 윤석열의 ‘반환경 시대’를 지나가고 있다. 펑펑 쓰고 버려진 플라스틱은 반드시 해롭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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