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포비아(feat. 이재명)

2025-02-12

얼마 전 일본에서 온 손님을 맞았다. 일군의 국제정치 학자들이었다. 날씨도 정국도 꽁꽁 얼어붙은 서울을 찾은 그들이 가장 궁금해한 건 한국의 조기 대선 가능성과 유력 후보자들의 외교안보관이었다.

“탄핵이 기각되면 누가 한국을 대표하게 되나” “조기 대선을 하면 야당에 유리한가” “(대선 후보군 중) ○○○의 외교안보 라인은 누가 이끄나” 등등. 시종 답하기 어려운 질문뿐이었다. 결국 ‘가정법’으로 다양한 변수를 상기시키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는 식의 현문우답을 주저리 내놨다.

한국 정치나 한·일 관계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이 아닌 데도 열의가 대단했다. 탄핵 사태가 동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정세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방증 아닐까.

이들뿐만 아니다. 유튜브에서 ‘탄핵’이란 키워드를 일어로 입력하면 일본 내에서 쏟아지는 반향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 유튜버들 영상에선 일본 언론이 다루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론’은 보이질 않는다. 특이점은 ‘윤석열 대 이재명’이란 구도를 강조하는 흐름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대표의 대선 승리’ 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거침없는 해설 속에서 ‘반일 포비아’가 도드라진다. 상당수가 ‘만약 이재명 씨가 당선되면~’이라고 운을 뗀다. 이 대표가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 시절을 능가하는 반일 기치에 시달릴 것이란 걱정이다. 그래서일까. 기시감이 들 정도로 국내 보수 유튜버들의 탄핵 반대 주장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본 학자들의 질문에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혹시 비명계에서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없느냐”는 물음이 ‘이재명만 빼고~’로 들린 건 자의적 해석일까.

이 대표가 “일본의 국방력 강화는 위협이 안 된다” “개인적으로 일본에 대한 애정이 깊다”며 급변침하고 있지만, 정작 상대는 ‘절대 못 믿겠다’는 태도다. 윤 정부 내내 ‘친일 매국 정권’이란 딱지를 붙였던 장본인이란 건 이미 일본에도 잘 알려진 사실. 반면 “셰셰” 발언 탓인지, 이 대표가 중국에 기울 것이란 믿음은 강한 편이다.

비상계엄 직후 만난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적국(북한)’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을 가로막는 ‘입법 장악 야당’의 행태에 놀라워했다. 그는 “중국인이든, 일본인이든, 미국인이든 간첩 잡기를 포기하겠다는 논리가 믿기질 않는다. 누가 반길진 뻔하지 않냐”고 했다. 속사포 같은 립서비스만 하는 이가 한반도 위기를 책임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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