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여름철마다 녹조가 창궐하는 낙동강에서는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조류독소의 위험성을 놓고 몇 년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단체는 독소 중 하나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낙동강 인근 주민 콧속에서 발견됐다는 계명대·부경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녹조 독소가 에어로졸화(입자가 기체처럼 공기 중에 떠다니는 상태)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환경부는 공기 중 조류독소가 검출되지 않았고, 인체 위해성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도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조류독소 연구 권위자인 제임스 멧칼프 미국 볼링그린주립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이지영 오하이오주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에게 자문을 구해 양측의 주장을 팩트체크했다.
①공기 중 조류독소 검출됐다? O
멧칼프 교수는 양측의 연구 결과 모두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음을 의미하고, 그 자체가 중요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멧칼프 교수는 "공기 중에 독소가 있다는 건 상당히 흔한 일"이라며 "환경단체의 두 연구 결과는 물론이고 환경부가 의뢰한 연구 결과에서도 '정량한계 미만 검출'이라고 쓰여 있는데, 이는 검출은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량한계 미만 검출'이란 어떤 값이 검출되기는 했지만 측정 장비나 분석 방법이 그 값을 신뢰성 있게 수치화할 수 있는 최소 기준(정량한계)보다 낮게 나왔음을 뜻한다. 이를 두고 환경부가 ‘불검출’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은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②콧속 독소 검출, 인체 유입 증거? △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낙동강 조사 대상 97명 중 46명(47.4%)의 콧속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며 "이는 녹조 독소가 인체에 유입됐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해외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에어로졸에 포함된 녹조 독소가 기관지를 넘어 폐에 도달할 수 있으며, 혈관으로 유입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면봉(swap) 채취로 콧속에서 독소가 발견됐다는 사실이 곧 인체 내로 흡수돼 몸 내부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로 볼 수는 없다는 게 멧칼프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코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이물질을 거르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 연구 결과로는 독소가 (콧속에) 1시간 있었던 건지, 일주일 있었던 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조사 결과는 시기나 지역이 다른 대조군이 없어 낙동강 녹조의 결과라고 증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③공기 중 조류독소, 인체에 치명적? △
한마디로 "아직 모른다"가 정확하다. 녹조 독소의 건강 위해성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는 많지만, 이것이 공기 중 조류독소에 의한 것인지 물과 음식, 공기를 통한 종합적인 노출 결과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과학자들은 입 모았다.
"콧속에서 검출된 조류 독소는 만성 노출 시 시안화칼륨(청산가리)의 6600배 독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는 환경단체의 주장도 다소 과장된 해석이라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이지영 교수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청산가리 독성 비유'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똑같이 1g 노출됐을 때는 녹조 독소가 치명적일 수 있지만, 실제 에어로졸로 노출되는 양은 훨씬 미미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뜻이다.
멧칼프 교수는 "보톡스는 마이크로시스틴보다 약 1000배 이상 강한 독소인데, 우리는 그걸 얼굴에 주사하기도 하지 않나”며 단순히 용량을 고려하지 않고 독성의 강도만을 강조하는 건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성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아우레올루스 필리푸스 파라셀수스(1493∼1541)를 인용해 "모든 것은 용량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④공기 중 조류독소 위해성 기준 없다 O

환경부는 아직 공기 중 조류독소의 위해성에 관한 국제 기준이 아직 없다고 했다. 이는 사실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독성을 갖는 물질이지만, WHO(세계보건기구)나 US EPA(미 환경보호국) 가이드라인은 음용수 기준(µg/L 단위)에 기반한다. 아직 위해성이 정량적으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어로졸화된 조류 독소가 폐세포에 염증을 유발하고 천식이 있는 경우 염증 반응이 한층 심하게 나타난다는 실험 결과(미국 털리도대·2024년)도 나오는 등 국제적으로 위해성을 입증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공기 중 조류독소' 조사에 착수해 정보를 공개하고, 흡입 독성 시험 등 위해성 연구도 병행할 계획이다.
검출 vs 불검출…왜 조사 결과 달랐나?
지금까지 양측이 공개한 에어로졸 조사 결과는 채집과 분석 방법이 다르고, 조사 시기가 짧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멧칼프 교수는 "두 집단이 쓴 연구 방법을 모두 사용해봤는데, 각각 장단점이 있다. 채집과 분석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한국 내에서 이걸 통일하는 게 첫 번째 과제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 측의 조사 모두 조사 시기가 짧고 채집 샘플도 작아 전체적인 낙동강의 공기 중 독소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환경부 의뢰 조사는 표본이 총 12개로 적은 데다 샘플을 채취한 날의 기온이 20~27도에 불과한 10월에 조사가 이뤄져, 녹조 독소가 번성하는 폭염 시기의 조사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환경단체가 의뢰한 에어로졸 조사도 2022년 8월 30일과 9월 2일 양일간 낙동강 5개 지역에서 7개 표본을 채집해 분석했다. 해외 연구 결과들은 일반적으로 2~3년에 걸쳐 2~3일 간격으로 채집한 100회 이상의 데이터를 쓴다.
멧칼프 교수는 "유해 녹조의 독성에 관해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데이터를 더 쌓아야 한다"며 "한국은 이제 데이터를 쌓기 시작했기 때문에 연구 결과들을 서로 상충한다고 보는 대신 종합적인 실체를 파악하는 각각의 데이터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 대학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콜럼버스·볼링그린=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