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국보인 창덕궁 인정전(仁政殿)이 3월 한 달간 일반 시민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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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정치'라는 뜻을 담은 인정전에서는 임금의 즉위식과 결혼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 접견 등 국가의 공식 행사가 주로 거행됐다. 광해군 때 중건된 이후 1803년 일어난 화재로 인한 재건, 1857년에 보수공사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는 3월 한 달간 매주 수요일 ~ 일요일까지 창덕궁 인정전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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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전은 조선의 대표적인 중층건물로 조선 태종 5년인 1405년에 최초로 창건됐다. 외부에서 볼 땐 2층처럼 보이지만, 상·하층이 하나로 이어져 넓고 개방적인 실내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층고는 15m에 달한다. 평소 인정전은 문화유산 훼손방지를 위해서 외부에서 들여다보는 방식으로만 관람이 가능했다. 궁능유적본부는 인정전이 창덕궁의 정전으로서 가지는 가치를 고려해 보다 가까이 느끼고 경험해 볼 수 있게끔 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내부를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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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전의 관람 포인트를 3가지로 정리해봤다.
관람 포인트1. 15m 천장에 새겨진 '봉황' 목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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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전의 천장은 우물 정자(井)형으로 울거미를 만들고 정방형의 덮개 판을 덮은 형태로 꾸며졌다. 높은 천장 한가운데에는 구름 위를 날고 있는 봉황 목조각 한 쌍이 자리했다. 봉황은 임금이 통치를 잘하여 태평세월이 되면 이 세상에 나타난다는 상상 속의 길조다. 경복궁·창덕궁·창경궁·경희궁의 답도(踏道, 임금이 가마를 타고 지나가는 계단)에도 봉황이 조각되어 있다. 임금이 이동하는 길에 봉황이 자리한 이유는 당대에 태평성대를 이루어 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그 자체로 상서로움을 드러낸다고 봤다.
관람 포인트2. 임금 뒤를 지키는 일월오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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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전 안에는 임금 자리인 어좌(御座) 뒤로 병풍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가 있다. 일월오봉도에는 왕과 왕비를 뜻하는 해와 달이 자리했다. 그 아래 다섯 개의 산봉우리는 우리나라의 동·서·남·북·중앙의 다섯 산을 가리키며 이는 국토를 의미한다. 이것은 임금이 중앙에서 사방을 다스리고 음양의 이치에 따라 정치를 펼친다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관람 포인트3. 도깨비불인가? 서양식 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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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전기가 가장 먼저 들어온 곳은 경복궁으로 1887년의 일이다. 인정전의 전등은 1908년에 설치됐다. 당시에는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많이 깜박거려서 '도깨비불'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전등 위에 쓰인 천으로 된 갓은 당시 사용하던 원래의 것 그대로 현재까지 남아있다. 다만 현재 실제로 전기는 들어오지 않아 작동은 되지 않는다. 전등을 비롯해 유리창과 전돌(흙으로 구운 벽돌)이 아닌 마룻바닥 등이 근현대적인 정전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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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별 관람 프로그램은 3월 한 달간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지정된 시간대에 가능하다. 매주 수·목요일에는 기존 정규해설과 연계해 한국어와 외국어로 진행된다. 금·토·일요일은 궁궐 내 관원들의 업무 공간이었던 궐내각사를 탐방하는 ‘창덕궁 깊이보기(궐내각사)’ 심화해설과 연계하여 한국어로 운영된다. 내부 관람은 회당 20명으로 제한되며 관람 시간은 아래와 같다. 창덕궁관리소 누리집(royal.khs.go.kr/cdg)에서 사전예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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