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형사부터 강남 바닥에서 이름 날리는 포주까지. 배우 지창욱이 거칠고, 어두운 얼굴을 드러내며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창욱은 “액션은 힘들다”, “나도 로코가 좋다”고 묵직한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으면서도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에 만족했다. 장르, 캐릭터를 계산하기보다는 새롭고, 더 나은 모습으로 대중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
최근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를 마친 ‘강남 비사이드’는 강남에서 사라진 클럽 에이스 재희(김형서 분)를 찾는 형사와 검사, 그리고 의문의 브로커, 강남 이면에 숨은 사건을 쫓기 위해 서로 다른 이유로 얽힌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창욱은 강남 일대에서 활동하는 포주 윤길호 역을 맡아 거칠지만, 재희에게는 진심인 모습을 보여줬다.
‘강남 비사이드’는 ‘버닝썬 게이트’를 연상케 하는 드라마로, 마약과 성매매 등 범죄가 만연하는 도시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했다. 이에 이야기가 다소 어둡고, 또 메시지는 무겁지만 지창욱은 ‘강남 비사이드’가 드러내는 ‘현실’에 주목했다.
“대본을 봤을 때 기시감이 드는 사건들이 있었다. 그래서 해 볼 만한 작품이라고 여겼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어디에선가 일어날 것 같은, 그런 복합적인 생각을 하게끔 하는 작품인 것 같다. 대본에 나오는 사건들은 다 충격적이었다. ‘이렇게까지 한단 말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클럽에서 마약이 이런 식으로 유통이 됐다’는 보도 같은 걸 볼 때면, 그 어떤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자극적일 때가 있다.”
억지로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애쓰지는 않았다. 윤길호가 어떻게 포주가 됐는지, 강남 일대를 휘어잡을 만한 힘은 어디서 왔는지 등 논리적인 배경은 접어뒀다.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들로 분노를 유발하고, 이를 응징하는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쾌감을 구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윤길호에 대한 전사는 내게 크게 중요하진 않았다. 장치적으로 윤길호가 나쁜 놈들을 통쾌하게 응징을 할 때 나오는 쾌감이 더 중요했다. 대신 그가 어딘가에서 늘 거친 삶을 살았다는 건 표현하고자 했다. 그의 과거에 대한 서사는 안 나오지만, 윤길호의 얼굴은 늘 상처투성이였다. 늘 밴드를 붙이고 있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통해 성격을 표현하고자 했다. 누군가와 늘 다투는 삶을 살았다는 암시가 필요했다.”
로맨스 비중을 줄인 것도 ‘강남 비사이드’만의 색깔을 위해서였다. 지창욱은 “윤길호가 재희를 좋아한 건 사실”이라고 설명을 하면서도 이를 드러내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지창욱은 현장에서도 두 사람의 로맨스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하며 ‘강남 비사이드’의 메시지에 집중했다.
“윤길호가 좋아한다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 그 감정을 몰랐다고 여겼다. 초고에서는 그들의 전사나 러브라인이 좀 더 짙었다. 그런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며 조금 덜어냈다. 저도 의견을 드렸었다.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많을수록 전체적인 스토리에는 해가 될 수도 있겠더라. 어렴풋이 묻어져 나오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전작인 디즈니플러스 ‘최악의 악’부터 영화 ‘리볼버’까지. 지창욱은 최근 누아르 장르에서 거칠고,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며 전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부터 액션 드라마, 사극까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온 지창욱이지만, 최근 유독 어둡고, 무거운 작품에 도전하고 있어 그의‘변신’에 대한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다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다. 그런데 다행히 ‘최악의 악’을 하면서 호평도 많이 받고, 저도 즐겁게 작업했다. 대중들이 바라본 제 이미지도 넓어진 것 같다. ‘리볼버’나 ‘강남 비사이드’는 계산해서 한 작품은 아니다. 제작사 사나이픽처스와 연을 맺고, 그러다 보니 연이어 작업을 하게 됐다.”
“로코도 하고 싶다. 저 그런 거 좋아한다”고 로맨스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지창욱은 장르보다는‘좋은 작품’에 방점을 찍고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금은 쉬는 것보다는 ‘일 욕심’을 더 내고 싶다는 지창욱이 또 어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지 기다려진다.
“회사원들은 1년 내내 일하시지 않나. 오히려 저는 많이 쉬는 것일 수 있다. 1년에 두 달은 쉬는 것 같다. 하다가 자신이 없다거나, 무섭다거나, 스트레스가 되면 이렇게까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더 시도해보고 싶은 게 많다. 여유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까 어렸을 때처럼 마음이 급하진 않다.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을 더 믿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