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공백 속 혼란, 식약처는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해야

2024-10-25

오유경 식품의약안전처장은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를 촉구하는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질의에 “(법적 임신중지 허용 주수가 결정되지 않아) 허가 요건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식약처가 입법 핑계를 대며 허가를 미뤄온 것이 벌써 4년째다. 이런 행정 지체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지적처럼, 임신중지 의약품은 의학적·과학적 기준에 따라 사용가능한 임신 수주가 정해진다. 예를 들어, 캐나다는 ‘미페지미소(미프진)’를 마지막 생리일부터 최대 63일 이내에 사용하라고 설명한다. 그것이 의학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여성의 몸에도 안전한 사용 가능 주수이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도 임신중지 의약품 사용을 법률적 임신중지 허용 주수와 연동하여 명시하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은 낙태죄도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사라져 식약처가 허가 사항을 정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보건복지부 장관과 식약처장에게 ‘임신 중지 관련 의료서비스 제공’과 ‘미프진을 도입해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할 것’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식약처가 입법 공백을 핑계로 허가를 미루고 있는 동안,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인 ‘미프진’이 국내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법 유통되고 있다. 식약처가 적발한 SNS 불법 거래 건수만도 올 들어 7월까지 벌써 65건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해 20건에서 급증했다. 문제는 불법 유통되는 임신중지약이 가짜일 수 있는 데다, 정확한 처방이나 안내 없이 복용하면 과다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36주 임신중지’ 영상으로 사회가 떠들썩한지 석달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국회의 대체 입법 움직임은 감감무소식이고 보건복지부·식약처 등 관계부처는 입법 공백을 핑계로 두 손을 놓고 있다. 지금처럼 계속 방관하면 혼란은 커져갈 것이고, 여성들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은 심각한 침해를 받게 된다. 일단 여성들이 불법으로 유통되는 임신중지 의약품의 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부터 시급하다. 식약처는 긴급 도입 같은 방식을 통해서라도 미프진 허가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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