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왕실 보석을 도난당한 루브르 박물관이 사건 발생 사흘 만인 22일(현지시간) 재개관했다. 그러나 관람객들의 관심은 범인들이 침입하며 깨뜨린 유리창에 쏠리며 도난 현장이 새 ‘관광 명소’로 떠올랐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재개관 첫날 루브르 맞은편 프랑수아 미테랑 강변도로 인도에는 해당 창문을 직접 보려는 관광객들이 몰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북적였다. 검은 천막으로 일부가 가려진 이 창문은 범인들이 침입하며 파손한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매체는 센강 유람선의 한 가이드는 루브르 앞을 지나며 “프랑스 왕관 보석을 훔치기 위해 도둑들이 부쉈던 창문이 저곳”이라고 안내하기도 했다며 이 창문이 파리의 가장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됐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에서 온 관광객 알리다는 가디언에 “겉으로 보기엔 너무 단순해서 충격적”이라며 “오히려 영화였다면 ‘지루한 각본’이라며 비판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4인조로 구성된 절도범들의 범행은 지난 19일 오전에 벌어졌다. 이 가운데 형광 안전조끼를 입은 2명은 작업자 행세를 하며 센강 변 외벽에 사다리차를 세운 뒤 루브르 2층(프랑스 기준 1층) 아폴론 갤러리의 창문을 부수고 침입했다. 이들은 고성능 보안 유리로 된 진열장을 절단기로 깨고 나폴레옹 1세가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 나폴레옹 3세 황후 외제니 왕관과 브로치 등 총 8점의 보물을 훔쳐냈다. 범행을 기다리고 있던 공범 2명은 오토바이 두 대를 타고 그들을 태워 곧바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22일까지도 아폴론 갤러리는 폐쇄된 채 회색 패널로 가려졌고, 수사관들이 현장을 정밀히 조사하는 동안 직원들은 관람객들에게 이동을 요청했다.
보안 허점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르몽드에 따르면 로랑스 데카르 관장과 라시다 다티 문화장관은 이날 상원 현안 질의에 출석해 3시간 가까이 추궁을 받았다. 데카르 관장은 “박물관 내 상주 경찰서 설치 가능성을 정부에 요청하겠다”며 “단기적으로는 박물관 인근 차량 접근 제한 등 물리적 방지를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도둑들의 침입을 사전에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실패”라고 인정하면서도 보안 시스템이 일부 노후화돼 있고, 외벽 전 구역을 감시카메라가 커버하지 못하는 현실을 언급했다.
데카르 관장은 사건 직후 엘리제궁에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이 임명한 루브르 최초의 여성 관장인 그는 2021년 9월 취임 이후 박물관 대대적 개보수를 추진해 왔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마크롱은 “박물관 개혁의 동력을 꺾어서는 안 된다”며 “버텨달라”고 직접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