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왕실 보석을 훔쳐 달아난 범인들의 행방이 사흘째 묘연하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조직범죄 집단이 있다고 보고 수사 인력을 확대했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스 수사당국은 이번 절도 사건을 숙련된 조직범죄 집단이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로르 베퀴오 파리 검사장은 프랑스 라디오방송 RTL에 “강도 사건에 4명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들을 돕는 팀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박물관 내부에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현재 6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편 절도범들이 범행에 사용한 사다리차는 시민으로부터 강탈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범인 4명은 사다리차를 이용해 루브르박물관 아폴론 갤러리에 진입한 뒤, 파리 시내에 떨어뜨린 다이아몬드 왕관 1점을 제외한 유물 8점을 훔쳐 7분 만에 도망쳤다.

당시 범인들은 사다리차를 이사 목적으로 빌리는 척 속여 차 주인을 유인한 뒤 강제로 차를 빼앗아 범행에 썼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차량 주인이 차를 빼앗긴 뒤 경찰에 신고하며 알려졌다. 신고가 접수된 곳은 파리 북쪽에서 약 35㎞ 떨어진 작은 마을로 이름은 루브르였다. 베퀴오 검사장은 “우연의 일치”라고 말했다.
도난 물품 가치 1400억
이번에 사라진 왕실 보석의 가치는 1400억원을 넘은 것을 추정됐다. 베퀴오 검사장은 “루브르박물관 큐레이터가 추산한 피해액은 8800만 유로(약 1460억 원)”라며 “엄청난 피해액이지만 더 큰 손실은 프랑스의 역사적 유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자들이 이 보석들을 뽑거나 녹여 버릴 생각을 했다면 8800만 유로에 팔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들이 신중하게 생각하고 아무 이유 없이 보석들을 파괴하지 않기를 바라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사라진 보석들은 별도로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NYT에 따르면 프랑스 문화부는 작품이 일반적인 보존 장소에 있는 경우 “보험 가입 비용”과 “사고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 “국가가 자체 보험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AFP는 “절도 사건이 루브르 박물관의 허술한 보안 문제에 논쟁에 불을 붙였다”고 전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루브르박물관 내 갤러리와 동별 CCTV가 부족한 데다 장비 노후화로 사각지대가 많다고 전했다.
20일 프랑스 회계감사원 보고서(2019~2024년)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강화는 “지속해서 지연되고 있으며” CCTV가 설치된 구역은 전체 건물의 약 25%에 불과했다. 회계감사원은 “루브르 박물관 관람객 증가의 영향으로 보호 장비의 노후화 속도가 이를 개선하는 속도보다 더 빨라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