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구신문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에 올해도 637명의 응모자가 1천911편의 디카시를 응모하여 그 폭발적 호응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초 ‘디카시’란 이름을 붙인 작품이 세상에 처음 나온 이래로 디카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디카시 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디카시 창작 입문서와 시론이 쏟아져 나오고 우수한 디카시집들이 속속 발간되고 있다. 디카시는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란 새로운 문학 장르가 되었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멋진 시놀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올해 작품들은 어려운 사회·경제적 상황을 반영하는 고단한 삶과 가족 관련 서사가 많았다. 상당수의 작품이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투적인 소재여서 아쉬웠다. 일부 작품은 창작의 고뇌와 각고의 퇴고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느끼게 했다. 사진에 억지로 맞춘 시, 사진과 상응하지 않은 시, 너무 밋밋하고 평면적이어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하는 작품도 적지 않았다. 응모작이 보여주는 장단점 모두 디카시가 발전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심사위원들은 시와 사진이 절묘하게 결합하여 독자에게 깊은 울림과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을 고르려고 노력했다. 심사위원 각자가 50명의 응모자를 먼저 골랐다. 세 사람의 견해가 거의 일치하는 100여 편은 상당한 수준의 작품이었다. 그중에서 다시 30편을 골라 개별 작품의 장단점을 두고 장시간 논의한 후, 네 차례에 걸친 순위 조절 끝에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빈곤’을 상징하는 ‘좁은 골목’에서 ‘탈빈곤’을 의미하는 ‘신작로’로 나오기까지 어머니의 생애를 30이란 숫자로 탁월하게 함축한 ‘가난’을 대상으로, 변화와 희망이 없는 난전 상황을 무심한 어조로 묘사한 ‘값싼 보배’를 최우수상으로,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을 정감 어린 축복으로 포착한 ‘선물’, 아흔둘과 두 살이란 시간 차이를 발걸음에 비유하며 짧고 덧없는 생을 표현한 ‘돌아보다’, 고난의 삶이 구원에 이르는 그 과정의 어려움을 형상화한 ‘십자가’ 등 세 편을 우수작으로 결정했다. ‘인생 공작소’, ‘남산동 골목’, ‘견고한 물음표’, ‘특히 밤에는’, ‘부당 거래’, ‘북두칠성’, ‘터닝포인트’, ‘SNS’, ‘틈’, ‘서약’ 등 10편의 작품도 디카시가 갖춰야 할 요건을 충족한 수작이어서 장려상으로 뽑았다. 수상자들께 더 좋은 작품을 위해 계속 정진하시라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디카시는 영상과 시가 어느 한순간 동시에 포착되고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입상하지 못한 분들도 꾸준히 사진을 찍고 시를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놀라게 되는 좋은 작품으로 큰 기쁨을 누릴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작품을 보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
심사위원 : 시인 강현국, 시조시인 문무학, 시인 윤일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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