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협에 "홈플러스 적극 인수 요청"…회생 불씨 살아날까[시그널]

2025-10-24

홈플러스의 공개 매각 입찰 마감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국회가 24일 농협에 정식으로 인수 검토를 요청하고 나섰다. 홈플러스가 청산 절차에 내몰리면 2만 명의 근로자와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 받을 수 있는데다, 농협 내 하나로유통과의 결합 고려시 사업 시너지가 적지 않다는 취지에서다. 정치권과 업계 전반에서는 꺼져가던 홈플러스의 회생 불씨를 농협이 되살리게 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어기구 위원장은 “(홈플러스가) 하나로 유통과 함께 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매각이 안되면) 홈플러스 직원 2만 명 , 소상공인과 입점업체, 가족들까지 합하면 30만 명이 길바닥에 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홈플러스 인수 논의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으나 어 위원장이 재차 “공익적 관점에서 농협이 인수하면 (좋겠다)”며 “농민, 어민 축산농가 문제도 있어 적극적으로 인수를 검토해보십사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강 회장은 “잘 알겠다”고 답변하며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앞서 홈플러스 매각 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은 올 6월 회생 절차 인가전 M&A가 개시된 후 국내 대부분의 유통 대기업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회사가 없었고 이에 공개 매각 절차로 전환, 11월 10일이 입찰 마감 시한으로 정해졌다.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은행·증권 등 대형 금융사까지 소유한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 이날 국회에서 처음으로 공식 인수 요청까지 나온 것이다.

다만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 내에서는 농협의 홈플러스 인수가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닐 것이란 분석이 많다. 홈플러스의 최근 적자가 심각한데다 향후 대형마트의 사업 전망이 밝지 않아 농협 내 유통 사업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도 이날 답변에서 "농협 유통과 하나로 유통이 연간 400억 원씩 800억 원 적자가 나고 있다"며 "직원들도 200명 이상 구조조정 하고 있는데 홈플러스 관련 부분을 거론하는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이날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것을 계기로 하나로마트와 홈플러스의 결합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IB업계 전문가들도 양사 합병시 장점으로 통합 구매를 통한 물류비 절감·운영 효율화를 꼽아 왔다. 여기에 홈플러스 온라인의 20~40대 젊은 고객층을 하나로마트로 유입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월 530만 명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MAU)를 보유하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농협중앙회가 홈플러스의 전국 60개 안팎 대형 부동산 점포를 향후 수익성 높은 자산으로 개발해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 대형마트의 점진적 폐점, 인력 구조조정을 고려하면 해당 점포를 주거용 자산이나 물류센터 등으로 재개발할 수 있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특히 농협중앙회 정도의 체력이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버틸 수 있는데다, NH투자증권·NH아문디자산운용 등 자회사의 전문성을 활용할 시 부동산 개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유통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이는 기업의 실패를 넘어 정책의 실패로 기록될 수 있다”며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기존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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