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팬들은 요즈음 한 선수를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실감한다.
큰 이정현(38·DB)이다. 국가대표로 각광받고 있는 작은 이정현(소노)과 동명이인인 그는 언제나 코트를 지키는 ‘철인’으로 불렸다.
이정현은 올해 원주 DB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709경기에 연속 출전하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변화는 있다. 과거 그가 주전이 당연했던 선수라면 이젠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하나의 조각으로 뛰고 있다.
DB가 11점차를 뒤집은 지난 8일 울산 현대모비스와 홈경기(82-77 승)가 이정현의 달라진 현 주소를 잘 드러냈다.
이정현은 7분 6초를 뛰면서 득점 없이 어시스트 2개만 기록했다. 야투를 던진 것은 단 1번. 그것도 시간에 쫓기면서 억지로 던진 것이라 득점을 욕심내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정현이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것도 4경기 연속이 됐다. 시즌 전체를 따져도 무득점 경기가 19경기 중 10경기에 달한다. 시즌 평균 득점도 2.7점(2024~2025시즌 10.4점)으로 떨어졌다.
DB에선 이정현의 기량이 떨어진 게 아니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풀이한다. 그가 지난 시즌 뛰었던 서울 삼성에선 주 득점원이라 경기도 그 위주로 흘러갔지만 DB는 그렇지 않다. 이선 알바노와 헨리 앨런슨, 에삼 무스타파 등 기존 선수들이 득점을 책임지는 가운데 이정현은 최근 벤치 구간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DB의 한 관계자는 “현대모비스가 함지훈을 코트의 밸런스를 맞추는 무게추로 쓰는 것처럼 이정현도 자신의 경험으로 팀을 이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이 아직 완벽하게 몸이 올라오지 않은 것도 득점을 욕심낼 수 없는 이유로 보인다. 마흔 살이 가까워진 선수라 시즌 초반에 컨디션을 맞추지 않았다. 봄 농구에서 빛나려면 몸의 시계를 조금 늦출 필요가 있다. 컨디션을 조절한 이정현이 게임 체인저 노릇을 해줄 수 있다면 이번 시즌 정규리그 공동 3위(11승8패) DB의 시즌 전망도 밝아질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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