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처럼...스웨덴 열광시킨 한국의 작가들

2025-03-18

주스웨덴한국문화원, 정보라·박상영 작가 초청 행사 성황리 마쳐

우메오 리트페스트, 이례적으로 한국 작가와 번역가 3인 초청해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지금 스웨덴은 지난 해 후반부터 이어진 한강 작가발 한국 문학의 열광의 도가니 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벨문학상이 한강 작가에게 주어진 후 스웨덴에서의 한국 문학은 그야말로 K-팝을 능가하는, 아카데미 영화제를 압도하는 최고의 핫클립이다. 그 스웨덴이 한국 작가들의 발자욱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가뜩이나 한강 작가에게 열광해 있는 스웨덴 사람들이 한국문학에 푹 빠져 있는 것은 현시점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 그런 가운데 주스웨덴한국문화원(원장 이경재)이 한강 작가의 대학 후배이면서 현재 한국 문단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인 정보라 작가와, 2021년 신동엽 문학상을 받으면서 문제적 젊은 작가로 각광 받아온 박상영 작가를 초청해 진행한 한국문학 주간 행사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 문학주간에 대한 열띤 관심은 비단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뿐이 아니었다. 스웨덴 북부의 대학 도시 우메오(Umeå)에서도 스웨덴 독자들과 만나며, 작가들의 작품을 비롯한 한국 문학, 번역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먼저 지난 10일엔 스톡홀름의 대표 문화공간 쿨투르휘셋(Kulturhuset)에서 박상영 작가 초청 행사가 진행되었다. 영화로 각색돼 넷플릭스를 통해 스웨덴에서도 잘 알려진 박상영 작가 원작 '대도시의 사랑법' 상영회와 더불어 박 작가와 그의 책을 스웨덴어로 번역한 스톡홀름 대학 김은아 교수가 무대에 올라 영화와 책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박 작가는 “'대도시의 사랑법'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주목받은 퀴어 문학”이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며 “하지만 퀴어문학을 넘어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자 한 인간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한국보다 훨씬 퀴어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고, 당당한 동성애자들이 많은 스웨덴에서 한국이 퀴어 문학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 대화에 참여한 한 관객은 “사회 내에 분명히 존재하는 소수자의 가시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서는 북토크 이후, 작가 사인회가 이어졌다. 스웨덴 독자들은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미처 전달하지 못한 질문과 감상을 작가 사인회에서 전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스웨덴 젊은 독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대도시의 사랑법'의 이야기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정보라 작가의 행사는 12일 주스웨덴한국문화원과 스톡홀름 현지 서점에서 진행되었다. 먼저, 스톡홀름 시립도서관 사서들이 진행하는 문학 팟캐스트 솔렌(Solen)의 녹음이 한국문화원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저주 토끼'를 집필하는 데에 영감을 준 사건, 장르 문학을 다루는 한국 문학계의 특징 등 스웨덴어로는 처음 번역된 작가의 작품과 한국 문학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관객은 “정보라 작가의 작품은 그동안 영어로만 읽어 볼 수 있었다. '저주 토끼'를 스웨덴어로도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나고, 다른 작품도 스웨덴어로 번역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후 시내 쇠데르북한델 서점에서 진행된 북토크에서는 작가이자 번역가이며, 올해 부커상의 심사위원을 맡게 된 안톤 허가 진행자로 나섰다. 서점에서 진행된 행사이니만큼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과 더불어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질문, 정보라 작가가 추천하는 다른 작가의 작품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행사가 진행된 12일이 '저주 토끼'의 스웨덴어 번역본이 출간된 날인 만큼, 행사 후 관객들은 정보라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도서를 구매하고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그리고 박상영, 정보라, 안톤 허 작가는 우메오에서 열리는 리트페스트(Littfest)에 참여해 더 다양한 스웨덴 독자들을 만났다. 리트페스트 관계자는 “한 국가에서 세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하며 “이것은 한국 문학에 대한 스웨덴의 관심에 대한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류(Den Koreanska Vågen)'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시간에는 한류의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 지와 한류의 새로운 흐름으로써 한국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어 원서는 어디에서 구매할 수 있나요?” 주스웨덴한국문화원이 진행한 문학 행사 이후, 몇몇 참가자들은 행사장에 남아 한국어 책 구매에 대해 물었다. 작가의 스토리텔링에 매료되어 책을 기념품으로 소장하고자 하는 관객부터 유창한 한국어로 한국어 ‘원서’의 구매 방법을 묻는 학생까지, 다양한 이유로 한국 도서를 찾았다.

두 작가의 도서를 스웨덴어로 출판한 트라난 출판사 관계자는 “리트페스트를 위해 준비해 간 '저주 토끼'와 '대도시의 사랑법'이 모두 팔렸다며, 더 많은 수량을 준비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고 웃으며 소감을 전했다.

이제 스웨덴에서 한국문학은 점차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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