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일탈회계 중단, 당연한 결과다

2025-12-16

삼성생명의 일탈회계는 12월 초 금융감독원과 한국회계기준원의 질의회신 연석회의와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IFRS IC)의 잠정 결론으로 결국 마감하게 됐다. 가출한 청소년이 무려 3년 만에 집에 돌아온 셈이다. 그동안 일탈회계의 문제를 지적한 학자로서 이를 당연한 결과로 해석한다.

처음부터 국제회계기준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일탈회계를 삼성생명에 적용하도록 허용한 건 코미디이자 비극이다. 삼성생명은 1990년대 이전 유배당보험 계약자에게 보험료로 수취한 5444억원으로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 최대주주(지분율 8.51%)가 됐고, 이는 현재 삼성 지배구조의 초석이 됐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격은 올해 11월 말 현재 기준으로 51조원에 이른다. 50조원의 시세차익 중 약 3분의 1(17조원)은 약관에 따라 유배당 계약자의 몫이나,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지 않았으므로 시세차익이 미실현손익이며 현재도 상당한 이율로 유배당 계약자에게 지급하고 있으므로 시세차익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생명이 일탈회계를 수행하고자 한 배경은 간단하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을 전면 도입한 한국은 2023년부터 보험회계인 IFRS17을 적용했다. IFRS17은 유배당 계약자의 몫인 삼성전자 시세차익을 언제, 어떻게 지급할지 추정해 보험부채를 계산해 공시해야 한다. 즉 삼성생명이 IFRS17을 적용하는 경우 유배당 계약자에게 지급할 미래현금흐름에 대한 민낯이 드러난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싶겠는가. 지배구조는 물론 세금 등 다양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계약자에게 돈을 주기 싫다면 보험부채는 0이 된다. 이를 보여주기 싫은 삼성생명은 궁여지책으로 IFRS17을 예외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일탈회계를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일탈회계의 본질은 더 간단하다. 첫째, 일탈을 적용할 수 있는 극히 드문 상황(in the extremely rare circumstances)에 해당하는지다. 극히 드문 상황을 적용한 국제 사례는 거의 없으며, 호주 등에서는 법으로 일탈을 금지한다. 둘째, 일탈을 수행하려면 지금 제공하는 공시가 IFRS17보다 공정하고 충실한 표현이어야 한다. 삼성생명이 일탈로 인식한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부채는 명목상 금액이자 잠재적 부채라고 본인들도 언급한다.

애매한 표현으로 줄 것처럼 공시하고 사실상 지급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보이는 표현이 충실한가? IFRS IC도 계약자지분조정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번 결론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삼성생명의 편이었다. 1990년대 이전 가입한 모든 유배당 계약자가 사망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은 삼성생명에 귀속된다. 일탈회계가 원상복구된 것은 계약자들을 위해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삼성생명은 보험부채를 0으로 인식하더라도 그 이유를 명백히 공시해야 한다.

일탈이 원상복구되는 동안, 일탈회계가 정당하고 오히려 계약자를 위함이라는 수많은 왜곡된 언론 기사와 동종 업계의 비난 및 다양한 압력을 느끼면서 필자는 삼성의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금융감독원, 한국회계기준원 규제당국 수장들의 강력한 의지와 일탈 문제를 지적한 정치권, 시민단체, 학계가 없었다면 일탈은 국제회계기준의 일부이고 영원해도 된다는 주장이 정당성을 차지했을지도 모른다. 국제회계기준 전면 도입 국가인 대한민국이 이번 기회를 통해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을 잘못 해석해 경영진의 재량권을 남용하는 관행에서 탈피하길 바란다. 또한 삼성그룹도 계약자와 이해관계자에게 새로운 모습을 제공하고 21세기에 걸맞은 투명하고 공정한 회계처리와 지배구조 개선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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