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SSG로 트레이드 후 2023시즌 한화에 FA로 재합류
2025시즌 퓨처스리그 최고의 활약에도 1군에 14경기 등판
"여전히 경쟁력 있다고 느끼기에 정들었던 한화 떠나기로 결심"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이태양이 정들었던 한화를 떠나 KIA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오랜 기간 한화 팬들의 신뢰를 받아온 그였기에 이번 이적은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2군 다승왕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남기고도 1군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한 그의 상황이, 이번 선택을 더욱 상징적으로 만든다.
이태양은 지난 24일 KBO리그 시상식에 참석해 퓨처스리그(2군) 북부리그 다승왕을 수상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상식이 그의 유니폼이 바뀐 직후 열렸다는 것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한화 소속이었지만, 시상식 무대에 오른 순간에는 이미 KIA의 선수가 되어 있었다. 이는 그가 19일 열린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으며 KIA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한화의 35인 보호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새로운 행선지를 찾게 된 셈이다.

수상 소감에서 이태양은 "이제는 KIA 타이거즈 선수인 이태양"이라며 달라진 소속을 먼저 언급했다. 동시에 한화 퓨처스 팀의 지도자들과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올 시즌 2군에서 보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내년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가 한화 팬들에게 유독 특별한 존재였던 이유는 이력이 말해준다. 효천고 출신으로 2010년 한화 지명을 받은 뒤 2013년부터 1군에서 자리 잡았고,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에 불펜 투수로 선정돼 2경기 5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병역특례와 함께 그는 2018년 63경기 79.1이닝 4승 2패 평균자책점 2.8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였다. 2018년과 달리 2019년에는 평균자책점 5.81로 부진한 그는 2020시즌 중 SK(현 SSG) 외야수 노수광(은퇴)과 트레이드되며 한화와 첫 번째 이별을 하게 됐다.
SSG에서 그는 2022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0경기 8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62로 맹활약했다. 덕분에 SSG는 와이어 투 와이어(시즌 내내 1위를 유지하며 거둔 우승)라는 대업도 이뤘다. 자유계약신분(FA)을 앞두고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린 이태양은 여러 팀의 오퍼에도 자신의 첫사랑인 한화와 4년 25억원 계약을 맺고 돌아오게 된다.

입단 첫해에도 이태양은 팀 마운드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50경기 100.1이닝 동안 3.23의 평균자책점으로 2018년 이후 또다시 본인의 최고점을 보여줬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경기에 나선 탓일까. 이태양은 2024 시즌 부상으로 무너지고 만다.
절치부심한 이번 시즌, 이태양은 개막부터 엔트리에 올라 불펜진에 힘이 되줄 전망이었다. 하지만 5월 컨디션 난조를 겪으며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 내려간 이후 오히려 그의 진가가 두드러졌다. 총 27경기에서 8승 무패 3홀드 평균자책점 1.77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북부리그 다승왕을 차지했다.
8월 1군에 잠시 올라와서도 안정감을 보여줬지만, 다시 2군으로 내려가며 좀처럼 확실한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결국 1군에서는 14경기, 11.1이닝만 던지고 시즌을 마친 것이 그가 느낀 현실이었다. 좋은 성적을 보유했음에도 기회를 잡지 못하자 이태양은 FA까지 1년이 남았음에도 구단에 35인 보호선수 제외를 요청했다.
이태양은 지난 19일 오후 비공개로 진행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KIA 지명을 받아 내년 광주에서 새출발을 하게 된다. 이태양은 첫사랑과 두 번째 이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태양이 첫사랑이라고 표현까지 한 한화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태양은 "계약기간이 1년 남았지만,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기엔 매일이 너무 소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느끼고 있음에도 기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결정적인 이적 계기가 됐다.
그는 김경문 감독을 향한 감정적인 반응보다, 감독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르고 자신이 그 틀에 맞지 못했다고 판단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퓨처스에서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비교적 담담하고도 현실적인 답변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KIA가 매우 빠르게 그를 영입 대상으로 판단했다는 사실이다. 이태양은 드래프트 지명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KIA가 나의 장점을 높이 평가해 준 것 같다"라며 한층 밝은 표정을 보였다. 이미 이범호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선수들에게서 따뜻한 환영 인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 분위기가 그에게는 '초고교급 1순위'처럼 대우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한 대목은 인상적이다.

광주에서의 생활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그는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다시 기회를 잡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범호 감독이 처음 건넨 말이 "아프지 말라"는 조언이었다는 점은, KIA가 그를 필요한 전력으로 보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로 읽힌다.
이태양의 강점은 여전히 뚜렷하다. 전성기 시절 대비 구속은 다소 내려갔지만, 다양한 구종과 안정적인 제구라는 무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점도 KIA 입장에서는 큰 자산이다. 시즌 내내 불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KIA로서는 그가 전력 공백을 채울 적임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제 공은 이태양에게 넘어갔다. 한화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가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던 '환기'의 무대에서 과연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의 시선이 KIA 유니폼을 입은 그의 첫 시즌을 향하고 있다.
wcn0500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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