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관광지, 3년 전부터 외부인 몰려오며 분위기 험악해져"

2025-10-16

시아누크빌은 원래 아름다운 해변이 유명한 관광지였어요. 그런데 2017~2018년쯤,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한 달 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대학생 사파라(27)는 고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아누크빌에서 태어나 26년을 산 토박이다. 사파라는 2017~2018년 고향에 중국 등 해외 자본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면서부터 뭔가 달라지기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외국인들이 찾아와 높은 가격에 땅을 사들이고, 그 땅에 건물을 지어 온라인 도박 사이트나 보이스피싱 조직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한국·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직원을 불러 모았다. 사파라가 일하던 한 호텔도 2017년 해외 도박 업체에 인수됐고, 그를 포함한 호텔 직원 모두 해고됐다고 한다.

이후 웬치(园区)로 불리는 대규모 범죄 단지도 생겨났다. 약 10층짜리 건물과 1~2개의 게이트가 포함된 범죄 단지는 A~Z로 나누어진 시아누크빌 구역마다 4개에서 최대 10개까지 들어서 있다. 사파라는 “원래 ‘로컬’들만 거주하던 곳이었는데, 2020년 이후 인구 셋 중 하나가 중국인일 정도로 외지인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수십 개의 범죄 단지가 있다고 알려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프놈펜·캄폿 등 지역에서 거주하던 다른 현지인들 역시 “원래 ‘범죄 도시’가 아니었지만, 갑자기 외부인이 들어오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캄폿주에 살았던 구아정(37)씨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캄폿은 원래 조용하고 큰 사건도 없던 동네였다”며 “3년쯤 전부터 중국인·한국인 등 외부 사람들이 몰려오며 동네가 험악해지고 시끄러워졌다”고 말했다. 4년 전까지 프놈펜에서 살다가 유학 온 나라눗(25)도 “평화롭고 안전한 도시였는데 최근 외국인들이 들어와 피싱, 사기와 같은 사업을 하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국제앰네스티와 미국 재무부 등이 밝힌 캄보디아 범죄 단지 형성 시기도 2020년대다. 중국 등 외부 범죄 집단에 의해서 범죄 단지가 형성된 걸로 본다. 2010년대 유입된 막대한 중국 자본이 세운 카지노와 호텔 리조트가 코로나 19로 인해 수익이 막히자, 2020년대 들어 온라인 사기 범죄로 사업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후 자리를 잡은 범죄 조직이 ‘고수익 일자리’ 사기나 납치, 인신매매 등으로 인력을 끌어모으며 범죄 생태계가 형성됐다.

한국에 체류하는 캄보디아인들은 이런 사실이 정확히 알려져 국가 자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풀고 싶다고 호소했다. 특히 최근 국내에 있는 캄보디아 이주민들이 택시 승차나 숙소 예약을 거부당하는 등 혐오의 표적이 되면서 고통이 더 커지고 있다. 캄퐁스프주 출신 유학생 스레이찌읏(29)은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캄보디아인들이 저지른 범죄는 아닌데 오해가 쌓이면서 한국에 있는 죄 없는 캄보디아인까지 차별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며 “한국과의 사이가 점점 더 나빠질까 봐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보도된 캄보디아 납치 등의 사건은 초국적 범죄 집단의 행위”라며 “이를 근절하는 데 집중해야지, 캄보디아라는 국가와 그 나라 시민들에 대한 혐오 감정이 커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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