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700만대 고지, 미국 판매 신기록'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쓴 현대자동차그룹에 위기론이 번지고 있다. 올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내수 시장 부진 등 다양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만큼 지난해 호실적에도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8일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제시한 글로벌 판매 목표치는 739만200대다. 지난해 판매량보다 2.2% 늘어났지만, 당초 목표치(744만3000대)보다는 소폭 감소한 것이다.
불확실성이 커진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올해 판매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재계 신년사 키워드는 '위기'다. 지난해 잘나갔던 현대차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에 잘 됐으니 올해도 잘 되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할 여유가 없다"는 정의선 회장의 말은 그룹 전반에 퍼진 위기론을 가늠케 한다. 올해 신년 메시지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14번이나 언급했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정 회장은 "위축될 필요는 없다"며 그 어느 때보다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위기에 강한 '현대차 DNA'로 대변된 그의 의중은 사실상 불확실성 속에서 '공격 경영' 주문하면서 적극적인 위기 극복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위기에 움츠러들게 되면 지금 가진 것을 지키자고만 생각하게 된다"며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미래 기회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전동화를 향한 정 회장의 뚝심으로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개발을 밀어붙이는 정 회장의 리더십이 올해도 적중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비야디(BYD) 등 중국의 신흥 경쟁자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인상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이 예고된 상태다. 첨예해질 미중 갈등도 우려 요인이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올해 위기냐, 기회냐는 반반 정도"라며 경영 전략의 무게 추를 내수에서 미국으로 옮기고 흔들림 없는 전동화 전략을 추진해나간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부터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조지아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기아 조지아 공장의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EV) 등 친환경차 생산 라인을 확대한다.
하이이브리드차와 전기·수소차 등 신차도 속속 내놓는다. 현대차는 올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차, 아이오닉9, 넥쏘 후속 수소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EV3와 올해 출시를 앞둔 EV4, EV5의 모델당 글로벌 판매는 10만대로 예상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HMGMA의 생산량 목표를 연 30만대에서 50만대로 늘릴 것"이라며 "신중하지만 동시에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위기론이 만연한 상황에서 정의선 회장이 미래 기회를 창출하자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고 필요에 따라 경쟁자와도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뚝심있는 '공격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