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살리기 가로막는 극단적 진영 대립

2024-12-26

탄핵 이후의 길 ⑩

비상계엄 선포 하루 전, 윤석열 대통령은 공주산성시장을 찾아 소상공인들에게 정부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 최초로 ‘소상공인대회’에 2년 연속 참석하며, 소상공인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급등과 코로나19 집합 금지 조치로 인해 자영업 생태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기대를 품게 하였다. 그러나 시장에서 “저를 믿으시죠. 힘내 주십시오”라는 말을 남긴 바로 다음 날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안 그래도 어려운 자영업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장 방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발전적 대안 없이 자기 정책만

온누리상품권·지역화폐 제각각

표얻기식 선심 정책 반복 우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대한민국은 새로운 체제를 모색해야 할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1987년 체제로 대표되는 양당 체제는 민주화를 가능하게 한 중요한 성과였다. 하지만 현재는 흑백 논리와 진영 대립에 갇혀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정치적 갈등을 조장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 자영업 정책은 이러한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 기본소득 지급과 배달비 지원 같은 정책을 두고 정치권이 대립만 거듭하며 발전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상공인 지원 정책인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및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된 구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그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지역화폐는 지역 내 모든 소상공인 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어 활용 범위가 훨씬 넓다. 또 온누리상품권은 소상공인의 범위를 넘는 대형 업체도 지정된 구역 내에 있으면 사용할 수 있어 정책 취지를 훼손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역화폐 역시 지리적 제약과 온라인 기반 사용 불가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어 이러한 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삭감하고 온누리상품권 예산을 대폭 확대했지만, 소상공인들은 그 혜택을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 소상공인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온누리상품권이 지역화폐의 기능을 흡수하거나, 지역화폐와의 통합을 통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나아가 디지털 기반 상품권 설계를 통해 소상공인들이 대기업의 강력한 네트워크에 맞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 정부와 전임 정부 모두 실효성 있는 정책 개선보다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며 실용적 접근을 소홀히 하고 있다.

사실 윤석열 정부의 자영업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단순히 답습한 수준을 넘지 못했다. 자영업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축하거나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은 부재했고, 전기요금 및 배달비 지원 같은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조치만 반복됐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 지원 정책의 경우 초기에는 연 매출 3000만원 이하 소상공인에게만 지원되었으나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자 기준을 6000만원, 이후 1억400만원 이하로 잇달아 확대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정책보다는 전임 정부가 시행했던 ‘일자리안정자금’을 부활시키는 편이 훨씬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실업률 개선 등 경제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소상공인 지원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새출발기금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 기금은 채무 조정을 목적으로 설계되었으나 고의 연체와 재산 은닉을 유도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손실 보상금과 재난 지원금 총액인 35조원에 근접하지만,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실질적 효과는 그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은 단순히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자영업은 개인의 창의성과 사회의 다양성을 꽃 피우며,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필수 산업이다. 이를 위해 시혜적 지원을 넘어,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양당 대립 구조에서는 자영업 정책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고, 표를 얻기 위한 단기적이고 선심성 대책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자영업이 바로 서기 위해서라도 양극화한 대립 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정치 체제 마련이 시급하다.

배훈천 광주시민회의 대표·커피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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