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기회 공존" 트럼프 2기 대비하는 방산업계는 요즘

2024-11-20

[비즈한국]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 방산업체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방위산업 제품 수출이 늘어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방위비용 분담금 인상 요구로 국내 방산 투자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방산기업은 벌써부터 연말 인사를 통해 그룹 오너 일가를 경영 전면에 내세우며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글로벌 방위비 증가에 수출 시장 확대…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투자 위축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행정부부터 우방국 방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이에 따라 유럽, 한국 등을 비롯해 주요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인 ​방위비를 ​3%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방위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자주국방 강화에 더욱 많이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방위비 역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방산의 무기체계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율촌이 발간한 트럼프 행정부 2기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당선인은 NATO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방산업계에 유럽 수주 확대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온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된 국가들이 자체적인 방어 시스템 구축을 위해 방위비를 점점 늘리는 기류에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한국 방산기업의 수출을 더욱 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보증된 무기체계와 기술력, 신속한 납기 능력 등 삼박자를 갖춘 국내 방산업체의 글로벌 고객들이 늘어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가 우리나라에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및 주한미군 감축 등의 요구를 지속한다면 한국 방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정된 국방비 예산을 고려했을 때 방산에 투자할 비용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지불해야 한다”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시사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당선자 랜드 폴도 “한국은 자국 방위에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아니면 주한미군을 불러들여 (국방비를) 절약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보다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해 한국 방산업체들의 미국 진출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의 무기체계 공동개발, 방산 공급망 진입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자국 우선주의는 미국 조달 시장 접근성을 저하해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에어로 회장 미국 MRO시장 진출 확대…HD현대, MRO 사업 참여

요즘 방산업계는 트럼프 2기 시대를 대비해 분주한 모습이다. 총수까지 전면에 나서 리스크 대비와 함께 도약의 기회를 찾고 있다.

우선 트럼프의 러브콜을 받은 한화오션이 눈길을 끈다.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하는 한화오션은 향후 미국 방산시장 공략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당선 후 첫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계는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한 양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한화오션은 올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1380억 원에 인수해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를 통해 미국 방산시장을 공략 중이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군의 해외 자주포 도입과 관련해 K9 자주포 미국 수출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현재 미 육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5개 업체를 자주포 현대화 사업 대상자로 선정하고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한화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을 겸임하며 그룹 차원에서 미국 진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 내 트럼프 당선인의 대표적 인맥으로 2016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은 바 있다. 김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으로 알려진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설립자와 40년째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도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HD현대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2025년을 핵심 사업별 경쟁력 강화와 미래 친환경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HD현대 역시 미국 MRO 사업 참여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미국 해군 보급 체계 사령부와 함정 정비 협약(MSRA)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 사령부 소속 지원함뿐 아니라 미 해군이 운용하는 전투함의 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했다.

미국 시장을 꾸준히 노크하고 있는 LIG넥스원도 트럼프 행정부를 대비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미국과 오랜 기간 협력한 중거리 유도무기 ‘비궁’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진행할 계획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주의 우선 정책에도 비궁은 부합하는 무기체계다. 초기부터 미국 방산업체 텍스트론(Textron)과 협력 개발한 무인수상정(CUSV)에 비궁을 탑재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LIG넥스원은 2019년부터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의 발사 체계를 개발했다. 공기부양정 등 소형 고속정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비궁은 지난 7월 미국 하와이 해역에서 실시된 해외비교시험(FCT) 최종 시험발사에서 6발 표적을 모두 명중시킨 바 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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