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전기요금 특례할인이 종료되면서 도축업계 경영난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전기요금 폭등에 도축 수수료도 연쇄적으로 인상될 조짐이 보여 축산농가의 어려움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도축장에서 쓰는 전기를 산업용이 아닌 농업용으로 분류해 특례할인을 연장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전기요금 폭등에 도축장 경영난 악화일로=도축장 전기요금 폭등은 지난해말 정부와 한국전력이 도축장에 적용한 ‘전기요금 특례할인’을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본격화했다. 해당 특례는 2014년 영연방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 축산업계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며 도입했다. 2023년 전국 도축장 전기요금 할인규모는 271억원에 이른다.
당장 전국 도축장은 도축 수수료 인상으로 대응했다. 한 한우 도축장 대표는 “인건비며 시설유지비며 안 오른 것이 없는데 전기요금까지 급등해 힘들다”면서 “올해 도축 수수료를 한마리당 1만원가량 올렸는데 다른 데는 2만5000원까지 인상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다른 도축장 회계 담당자는 “벌써 전국 도축장 3∼4곳은 자본잠식 등을 이유로 문을 닫으려 하거나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도축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인상을 자제하라고 눈치를 주고 있어 난감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전국에 4곳의 축산 공판장을 운영 중인 농협경제지주도 어려움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농협경제지주 축산물도매분사 관계자는 “농가경영을 고려해 올초 도축 수수료를 인상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전기요금이 25% 이상 폭등해 공판장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전국한우협회는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도축 수수료가 올라가면 농가 생산비뿐만 아니라 소비자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면서 “올해 FTA 피해보전직불제가 종료되고 사료값이 급등해 한우농가는 사실상 한계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배당잔치, 농식품부는 뒷짐=한전은 ‘도축장 특례할인 종료’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한전 홍보처 관계자는 “‘기본공급약관시행세칙’에 전기요금 할인의 적용기간이 지난해 12월31일로 명시돼 있다”면서 “한전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치로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전이 올초 1270억원 규모로 배당에 나선 것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샀다. 배당액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간 도축장 전기요금 특례할인 금액(1707억원)의 74%에 달한다.
도축업계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271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도축장에 긴급 융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3월 발표했지만 ‘1년 거치 일시 상환’이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했다.
축산업계에서는 도축장 전기를 산업용이 아닌 농사용으로 분류해 특례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명규 한국축산물처리협회장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도 농사용 전력으로 특례적용을 받는데 축산물 유통과정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도축장은 산업용 전력으로 구분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도축장 지원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우협회는 최근 성명에서 “정부와 국회는 축산 생산자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도축장 전기요금 특별 지원을 위한 추경’을 편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문수 기자 moons@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