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영업 상황이 심각해진 근본적인 원인은 자영업 과잉에 있다. 내수시장 규모에 비해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는 말이다. 최근 자영업자 수가 다소 줄었다지만,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0% 수준으로 경제 산업화를 이룬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다.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자가 과잉인데 2020년을 정점으로 인구까지 줄어들기 시작해 인구 감소까지 더해지면서 자영업자 과잉에 따른 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소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영업들의 경쟁은 극한의 제로섬 게임을 벗어날 수 없다. 어느 한 자영업자 또는 특정 지역에서 매출이 늘면 다른 자영업자나 다른 지역의 매출이 줄어드는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폐업 지원에 자원 더 투입해야
외국인 관광 유치에 역량 집중
이중구조 노동시장도 개혁해야

이런 환경 조건을 놔둔 채 정부가 내놓는 자영업 살리기 대책은 애초부터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해법이라면 자영업 과잉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영업 과잉 해소를 위한 해법으로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생계형 자영업자의 출구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폐업하고 싶어도 폐업비용 때문에 폐업할 수 없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다. 내수시장이 본격적으로 쪼그라들기 시작함에 따라 폐업의 출구를 찾는 자영업자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시장에 남아 있으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다른 자영업자들도 타격을 받는다. 폐업 지원에 지금보다 자원을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둘째, 인바운드(국내 유입) 관광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자영업 과잉 해소의 한 축이 공급 측면의 자영업자 수 감소라고 한다면, 다른 한 축은 수요 측면의 내수시장 확대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내수시장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여 소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구사해 대성공을 거둔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의 인바운드 관광객은 10여년 전만 해도 1000만 명도 되지 않아 한국보다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일본의 적극적인 정책으로 인바운드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엔 3700만 명을 기록했다. 이들 인바운드 관광객이 일본에서 소비한 금액은 무려 8조 엔(약 78조원)이다. 일본의 자동차 수출 다음으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인 셈이다.
인바운드 관광 확대를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국가역량을 총결집해 얻은 성과다. 두 차례 총리를 역임하며 전후 최장 재임(8년 9개월) 기록을 세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012년 취임하자 ‘관광입국 추진 각료회의’를 신설하고 직접 의장을 맡았다. 집권 내내 인바운드 관광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관광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일회성 관심이 아니라 국가 지도자가 관광에 이처럼 진심이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관광정책은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줄곧 뒤로 밀려났다. 대통령이 주재하던 관광진흥회의는 문재인 정부 이후 총리 주재로 격하됐다. 청와대 비서실의 관광진흥비서관 자리는 사라졌다. 인바운드 관광에 진심인 일본의 성공을 참고해 관광정책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지역관광전략을 혁신하는 관광정책의 업그레이드가 시급하다.
셋째, 극심한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 한국의 노동 시장을 보면 한쪽에는 높은 소득과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소수의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양질의 일자리가 있다. 다른 한쪽에는 낮은 소득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다수의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일자리가 있다.
두 그룹 사이에 높은 담장이 쳐져 있어 여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그룹으로 넘어갈 수 없다. 담장 안에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적고 담장 밖의 열악한 일자리는 넘쳐난다. 열악한 일자리는 언제라도 자영업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잠재적 자영업자들이다. 자영업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영업 내부만 들여다봐서는 근본적인 자영업 해법을 잘 볼 수 없게 된다. 자영업 문제는 내수시장 축소, 기형적 노동시장 등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과 직결된다. 자영업 과잉의 근본 원인인 이런 이중적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일자리 형태를 다양화하고, 일자리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는 제도 도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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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