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장동물의 복지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국민이 96%에 달한다는 시민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 10명 중 6명은 돼지의 사육 상황을 개선하는 데 추가 비용을 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0일 발표한 ‘2024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한국인 96.2%는 농장동물의 복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2021년 90%, 2022년 94.7%, 2023년 95.4%로 이 수치는 점차 증가했다.
어웨어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8~23일 성인 20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조사를 진행했다.
동물복지 향상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종은 돼지(58.2%)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산란계(50.8%), 육계(40.9%), 한우·육우(27.5%)가 그 뒤를 이었다.
국민 10명 중 7명(74.9%)은 돼지가 스톨에서 사육된다는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스톨은 임신한 어미 돼지를 가두는 철제 틀이다. 크기가 가로 60㎝, 세로 200㎝ 정도로 작아 돼지가 몸을 돌릴 수 없다. 어미 돼지는 이곳에서 인공수정과 출산을 반복하는데, 돼지가 다른 돼지를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앞니를 뽑기도 한다. 동물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는 데다 전염병에도 취약한 구조라 유럽은 2013년 스톨 사육을 전면 금지했다.
스톨 사육 방식을 개선하는 데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응답자는 62.3%에 달했다. 이들에게 지불 의향이 있는 비용을 주관식으로 물은 결과, 응답자들은 기존 구입가 대비 평균 16.6%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산란계의 배터리 케이지 사육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자도 92.1%에 달했다. 배터리 케이지는 좁은 철창 우리를 여러 개 연결해 쌓아올린 밀집 사육 시설을 말한다. 닭 한 마리에게 A4용지와 비슷한 크기의 공간이 주어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년 배터리 케이지의 사육면적을 마리당 50㎠에서 75㎠로 늘리도록 시행령 등을 개정했다. 전면 시행 기한은 올해 9월이었지만 정부는 지난해 말 이 시점을 2027년 9월까지 유예했다. 동시에 9단까지 쌓아 올릴 수 있던 케이지를 최대 12단까지 쌓아 올릴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어웨어 조사 결과 배터리 케이지의 사육면적 확대 시행에 동의하는 비율은 87.3%였다. 배터리 케이지 사육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데 대한 응답 비율은 90.5%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