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웹툰업계 숙원 '만화진흥위원회' 위원 부실 검증 파문

2024-07-03

[비즈한국]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만화진흥위원회(만진위)가 지난달 정식 출범한 가운데 일부 위원을 두고 적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과거 만화가협회 공문서 위조 사건에 연루된 인사가 위원에 포함된 것. 만진위는 만화·웹툰 분야에 마련된 첫 국가 단위 정책 자문기구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웹툰에 대한 지원을 지자체 중심에서 정부 주도로 전환하는 정책의 일환이다. 각 주체가 참여하는 소통 채널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활동을 본격 개시하기도 전에 ‘부실 검증’ 비판에 부딪혔다.

#스타트 끊은 만화진흥위원회, 자체 검증 ‘구멍’ 있었나

지난달 21일 첫 출범을 알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만화진흥위원회 구성에 적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만진위 1기 위원 명단에 과거 한국만화가협회에서 공문서 위조 사건에 연관된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2000년대 후반 한국만화가협회에서 사무행정 실무를 맡았던 이 인사는 당시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2009년 감사원의 민간단체 보조금지원 실태 감사에 따라 드러났다. 감사원은 2006~2008년 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환경부로부터 국고보조금(연 8000만 원 이상)을 받은 시민·사회·문화예술 분야 민간단체 대상 감사를 진행했고, 국고보조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당초 목적과 달리 집행한 사례를 파악했다. 이후 예술가협회 3곳, 시민단체 2곳, 공연단체 2곳, 기타 문화예술단체 4곳 등 16개 단체 임직원을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문제의 인사는 앞서 한국여성만화가협회에서도 행사 신청 명목으로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국여성만화가협회 측은 “당시 당사자에 문제를 제기해 원상복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문체부 관계자는 “내용을 인지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진위를 확인 중이다”고 전했다.

#업계 ‘숙원​ 풀었지만 부실 검증·구성 불균형 지적

2020년 12월 개정 만화진흥법에 설치 근거가 마련된 만진위는 관련 업계의 숙원 중 하나로 꼽힌다. 2012년 제정 당시 초안에 있던 만진위 구상이 빠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 추진됐고, 올해 상반기에 출범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올해 초 부천시 산하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주축으로 이뤄지던 만화 산업 지원을 정부가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만진위 설립 계획을 못 박았다.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별도 기관 형태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개별 진흥위가 구축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가 크다. ​1기 위원 임기는 2년으로 2026년 6월 말까지다. ​

만화·웹툰 산업의 주요 축을 담당하는 창작계는 자문 위원들의 전문성과 공정성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첫 번째 인선부터 ‘검증 실패’ 딱지가 따라붙으며 위원 선정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만화가협회 관계자는 “그간 현장에서는 문체부가 위원회를 구성할 때 협회·단체와 교차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며 “산업 진흥 계획을 다루는 자문 위원 선정에 좀 더 철저한 검증 절차가 적용돼야 했다”고 짚었다. 협회는 위원 선정 시스템 구축과 현 자문위원들의 전문성 및 공정성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만화가협회 측도 관련 질의에 “이번 만진위 구성 과정에서 협회·단체를 통한 최소한의 검증 또는 의견 청취 과정이 없었던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위원 구성 비율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1기 위원은 창작자, 산업계(플랫폼·제작사), 학계, 기술 전문가, 법조계 등 총 15인으로 선정됐다. 문체부가 1기 위원 위촉 당시 “산업 전체의 균형을 우선하면서도 산업생태계 외부의 시각과 미래 비전을 고려했다”고 밝힌 바와 같이 큰 틀에서는 각 분야 스피커를 다양하게 확보한 구성이다. 세부적으로는 △창작자 부문 6인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부문 3인 △제작사 부문 3인 △학계·기술·법조 부문 각 1인 등이다.​

박광철 문화평론가는 “최근까지 만화계에서는 작가에 대한 불공정 문제가 가장 큰 화두인데 이 사안에 대해 작가 측의 대표성이 충분히 확보됐는지 의문”이라며 “제작사로 분류된 키다리스튜디오의 경우 웹툰 플랫폼 봄툰과 레진코믹스를 소유해 사실상 3위권 플랫폼이다. 플랫폼 측 이해관계와 분리해서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여섯 자리가 할당된 창작자 부문은 비교적 넓게 해석돼 만화 작가 외에도 스튜디오 대표, 일러스트 분야 등이 포함된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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