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오는 6월 말부터 민간 아파트도 제로에너지건축물(ZEB·Zero Energy Building) 5등급 수준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지금보다 건물 단열 성능을 높이고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도록 아파트를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1천㎡ 이상 민간 건축물과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에 ZEB 5등급 수준 설계를 의무화하기 위한 규제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거친 뒤 6월 30일 시행하는 게 목표다.
당초 정부는 이 제도를 작년 초 시행하려 했으나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까지 더해지면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시행을 1년 6개월 유예했다.
하지만 '탄소 저감'이라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시행을 더 미루기는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건물이 소비하는 에너지와 생산하는 에너지를 합쳐 에너지 사용량이 '제로(0)'가 되는 건축물을 지향한다.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등급(100% 이상)에서 5등급(20∼40% 미만)으로 등급을 나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짓는 공공주택에 대해선 2023년부터 ZEB 5등급 인증이 의무화돼 있다.
민간 아파트에는 5등급의 80∼90% 수준으로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이때 에너지 자립률은 13∼17% 수준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려면 고성능 단열재와 고효율 창호, 태양광 설비 등이 필요해 공사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도 5등급 수준을 충족하려면 주택 건설비용이 가구당 약 130만원(84㎡ 세대 기준)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를 통해 연간 에너지 비용 약 22만원을 절약할 수 있어 6년 정도면 추가 공사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본다.
시행 시기가 유예되고 기준이 완화됐으나 업계에선 제로에너지건축 인증 의무화가 분양가 상승을 불러올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는 25층을 기준으로 공사비 상승을 계산했지만 요즘 아파트는 40∼50층까지 올라간다"며 "고층 아파트의 경우 옥상 공간이 부족해 벽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밖에 없고, 이럴 경우 건물 외관에 문제가 생기는 데다 공사 비용도 예상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에너지 성능 기준 강화에 따른 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대체 인정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부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거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부족분을 채우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