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재개발 수주 시장에 ‘컨소시엄’ 바람이 불고 있다. 중견은 물론 대형 건설사들까지 공동 수주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탁사들도 이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공사비 리스크가 커지자 이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와 현대건설은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 사업을 공동 수주했다. 총 공사비는 약 8700억 원 규모로, 양 사는 6대 4 지분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밖에 부산 괴정5구역, 서울 상계5구역, 수원 구운1구역 등에서도 대형 건설사 간 컨소시엄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에 나서는 이유는 명확하다. 금리와 자재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단독 수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가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엔 브랜드 파워로 단독 수주에 나섰지만, 지금은 자금 조달과 책임 시공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컨소시엄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신탁사들도 같은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지난달 한국토지신탁과 대한토지신탁이 구성한 컨소시엄은 서울 노원구 중계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공동 예비신탁사로 선정됐다. 해당 단지는 지하철 7호선 중계역 인근에 위치해 입지 가치가 높다. 이들 신탁사는 정비구역 지정과 ‘신속통합기획’ 추진을 목표로 향후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컨소시엄 방식은 건설사들 입장에선 여러모로 유리하다. 자금과 인력 부담을 나눌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사의 기술력과 브랜드를 결합해 품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 브랜드는 홍보 비용 절감과 함께 수분양자 신뢰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하지만 조합 측의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입찰 경쟁이 줄어들며 조건이 후퇴하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 고급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컨소시엄 불가”를 명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선정 공고문에 ‘컨소시엄 금지’를 명시했고, 서초구 ‘신반포4차’, 송파구 ‘개포주공6·7단지’ 등도 유사한 조건을 내걸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선 단일 브랜드 아파트가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갖는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복수 브랜드가 결합된 단지는 프리미엄 면에서 불리하다는 인식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컨소시엄 방식이 앞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독 수주는 부담이 크고, 실제로 많은 건설사들이 안정적 수주와 품질 확보를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합과의 신뢰 회복 없이는 장기적인 안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랜드 관리, 투명한 협업 구조, 책임 시공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히 수주를 많이 따내는 시대가 아니라, 책임 시공과 수익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며 “컨소시엄의 장점을 살리되 조합의 우려를 덜 수 있는 전략과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