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조미애 시집 ‘밥이 무섭냐’ 출간

2025-06-04

 삶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시로 던지는 시인이 있다. 조미애 시인은 여섯 번째 시집 ‘밥이 무섭냐(신아출판사·1만3,000원)’를 통해 서정과 현실 비판 사이에서 꾸준히 가다듬어온 자신의 시적 목소리를 집약해 선보인다.

 이번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 산이 내게로 왔다’, ‘밥이 무섭냐’, ‘잠금을 풀고’, ‘꽃잎들의 반란’, ‘귀신은 외출 중’이라는 부제 아래, 시인은 삶의 다양한 얼굴을 깊이 있게 포착한다.

 표제작 ‘밥이 무섭냐’는 ‘밥’이라는 일상적이면서도 절박한 상징을 통해 먹고사는 문제, 여성의 노동과 돌봄, 가족과 세대를 관통하는 갈등의 민낯을 시로 풀어낸다. 단순한 문장 하나에 질문과 명령, 절망과 투쟁의 분위기를 동시에 담아낸 이 시는, 허리 펼 틈 없이 일했던 어머니가 짊어진 희생과 침묵의 무게를 개인의 서사로만 그리지 않는다. 그것은 ‘밥’과 ‘노동’, ‘말’과 ‘침묵’ 사이에서 갈등하며 성장해온 이들의 집단적 정서를 품고 있다. 이 작품이 지하철 시로 공개돼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번 시집에는 씨앗과 새싹, 풀잎, 꽃, 텃밭, 화분, 봄볕 등 삶의 길목에서 시인이 오래도록 품어온 자연과 생명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흙이 담긴 작은 화분에서 풀들이 자라나 꽃을 피우는 기쁨 속에 몇 계절을 보낸 시인의 시선은, 이제 아파트 베란다를 넘어 텃밭으로 향한다. “자연이 속삭이는 말을 놓치지 않고 옮겨 적고 싶다”는 시인의 바람은 더 이상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산벚꽃, 나팔꽃, 붓꽃, 민들레, 작약, 과꽃, 프리지아, 만델리아, 개나리자스민, 고구마꽃, 제비꽃 등 시인의 품에 들꽃처럼 안긴 존재들은 그 모습 그대로 시가 되었다.

 “꽃이 피어야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었다”는 시인의 선언은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제 소명을 다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깊은 위로처럼 들린다.

 조 시인은 “좁은 껍질 속에서 씨앗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의 ‘바스락’하는 소리가 참 좋다”며 “파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파릇파릇 올라오는 새싹들이 발목을 간질일 때, 풀밭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시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시를 쓰는 순간만큼은 시인에게 “세상이 온통 봄날”이다.

 조미애 시인은 1983년 김규동, 문덕수 시인의 초회 추천, 1988년 이원섭 시인의 재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풀대님으로 오신 당신’, ‘흔들리는 침묵’, ‘풍경’, ‘바람 불어 좋은 날’, ‘꽃씨를 거두며’, 칼럼집 ‘군자오불 학자오불’ 등을 펴냈으며, 새천년한국문인상, 전북문학상, 소월문학상, 월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표현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계간 문예지 ‘표현’을 발간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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