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핑거 스냅’ 버튼을 누른 듯한 이 장면, 어딘가 낯설지 않다. 남자프로농구서 감독 교체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풍경은 사실 생소한 일이 아니다.
정확히 3년 전이다. 2022∼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5개 구단이 새 감독을 맞이하는 등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당시 정관장의 전신인 KGC는 김상식 전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했고, 이전 사령탑이었던 김승기 감독이 신생팀 캐롯(현 소노)으로 향했다.
이때 현대모비스는 조동현 수석코치의 감독 승격을 결정한 바 있다. 그의 쌍둥이 형제인 조상현 감독은 LG에 합류했다. 한국농구연맹(KBL) 최초의 ‘형제 감독’ 서사가 탄생한 순간이다. 이 밖에도 은희석 감독이 2022년 4월 삼성에 부임했다. 다만 현시점엔 조상현 감독을 제외한 4명이 ‘전 감독’으로 물러났다.
김상식 감독은 KGC서 마주한 첫해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직후 두 시즌은 각각 정규리그 9위, 6위로 마친 뒤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났다. 김승기 감독 역시 부임하자마자 캐롯의 정규리그 5위 및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이끌었다. 소노 시대에도 두 시즌을 지도했지만, 2024∼2025시즌 도중 선수 폭행 논란으로 자진사퇴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자격정지 2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현대모비스서 정규리그 4위-6위-3위를 차례로 기록, 봄 농구 연속 진출 성과를 일군 조동현 감독은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은희석 감독의 경우 삼성 합류 후 최하위 탈출에 어려움을 겪으며 2년 차서 중도 퇴진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이는 조상현 LG 감독이다. 3시즌 연속 정규리그 6할 승률(0.667-0.667-0.630)은 물론, 직전 시즌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차지했다. 감독 교체 시계가 빠른 편인 KBL에서도 LG만큼은 드물게 안정감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수장을 바꾸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하지만 현시점 리그는 성적 부진, 개혁과 변화의 필요성을 모두 감독 교체로 대신하는 모양새다.
일종의 ‘만능’ 명분이다. 어찌 보면 구단 전체의 책임을 유독 감독에게 짊어지게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흐름이 한국 농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