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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연금부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건 강력한 세제 혜택을 통해 연금저축을 장려하기 때문이다. 미국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인 401K는 연간 적립금의 100%에 소득공제 혜택이 적용된다.
18일 미국 국세청(IRS)에 따르면 올해 미국 401K의 연간 적립금 한도는 2만3500달러로 지난해보다 500달러 상향 조정됐다. 401K의 세금 공제 한도는 적립금 한도와 동일하다. 올해 미국의 개인 은퇴 연금(IRA)의 적립 한도는 50세 미만인 경우 7000달러, 50세 이상인 경우 8000달러로 지난해와 같다.
연간 적립금 규모가 점차 커질수록 자연스레 세제 혜택도 커지는 구조다. 401K의 소득공제 한도는 2020년 1만9500달러에서 2023년 2만2500달러, 지난해 2만3000달러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케빈 머피 프랭클린템플턴 미국투자전용부문 부사장은 “미국 정부는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장려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이는 이미 효율성이 입증되었고 사람들이 체계적인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연 9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를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연금세제의 특성분석 및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소득공제의 부활까지는 아니더라도 세액공제 한도를 점진적으로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세금 부과에 있어서도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첫째는 저축한 금액만큼 그해에 소득공제를 받아 절세를 할 수 있지만, 인출할 때 인출금액(원금+투자소득)을 그해 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내야 하는 ‘트래디셔널 401K’가 있다.
그리고 둘째는 적립금에 대해 소득공제는 없지만 투자소득에 대해서 인출 시 비과세인 ‘로스(Roth) 401K’로 나뉜다. 가입자가 은퇴 후 소득이 현재 소득보다 적어 세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 트래디셔널 401K를, 현재와 같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 로스 401K를 저축하면 유리하다.
한국의 집처럼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젊은 층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게 학자금 대출이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연금법을 개정해 지난해부터 직원이 자신 또는 배우자, 부양가족을 대신해 학자금 대출을 상환할 경우 상환액을 퇴직연금 납입액으로 인정해 고용주의 기여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401K는 근로자가 퇴직연금 계좌에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이에 맞춰 회사에서도 일정 비율의 금액을 근로자 계좌에 넣어주는 매칭형인데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 것만으로도 회사의 매칭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고용주의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버라이즌, 치폴레 등 주요 기업이 잇달아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병선 모건스탠리 퇴직연금사업부 이사는 “한국 집값이 큰 문제라면 미국은 젊은 층의 학자금 대출이 문제다. 학자금 대출을 갚다가 퇴직연금을 적립하지 못한다”면서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로 젊은 층이 제때 퇴직연금저축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에 좀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다. 케빈 머피 프랭클린템플턴 미국투자전용부문 부사장은 “부동산 문제로 중도 인출되지 않도록 대출이나 인출 기능이 없는 퇴직연금 옵션을 제공하고 연금 운용사들이 충분한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