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기후에너지부 신설’…갈피 못 잡는 탄소중립 정책

2025-08-13

국정위 발표 ‘5년 국정과제’에서 정부 조직개편 언급 없어

재생에너지 등 굵직한 기후 정책들 당분간 산업부서 맡아

기후·환경 과제도 원론 수준…기후환경 단체 “맹탕” 혹평

이재명 정부 5년 정책의 청사진이 될 국정과제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빠지고, 에너지 관련 공약은 대부분 경제·산업 분야에 포함됐다. 기후환경 단체들은 탄소중립에 대한 정부의 절박함을 찾아보기 어려운 “맹탕”이라고 평가했다.

국정위원회가 13일 발표한 국정과제에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포함한 정부 조직개편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에너지를 전환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 대통령의 기후공약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환 의원이 환경부 장관으로 낙점되면서 환경단체 사이에선 산업 경쟁력과 기후위기 대응을 동시에 추진할 강력한 ‘기후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김 장관은 취임 후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재생에너지 중심의 새로운 문명 체계를 짜겠다”고 말하는 등 에너지 정책에 대한 포부를 밝혀왔다.

국정위는 막판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을 환경부로 넘겨 환경부를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하는 방안과 환경부 기후정책실과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을 통합해 별도의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당장 기후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부처가 불분명해지면서 에너지 부문이 아노미 상태가 될 우려가 있다”며 “당장 하반기에 2035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에너지 정책이 추진되지 않을 수 있어 빠른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정위에서 기후에너지부 관련 조직 개편 구상이 나오지 않으면서 ‘김성환표 에너지 정책’은 당분간 보기 어렵게 됐다.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 ‘탄소중립을 위한 경제구도 개혁’ 등 굵직한 기후 과제들은 일단 산업부 담당으로 편성됐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에 방점을 두어야 할 에너지 정책이 당분간 갈피를 못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녹색연합은 “기후생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이 경제와 산업의 관점에서 수립돼 우려스럽다”며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목적 그 자체가 되고, 산업 진흥을 명분으로 생태적 수용성을 간과할까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국정의 축이 여전히 경제·산업 성장에 놓여 다른 과제들이 부차적인 수준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기후·환경 관련 과제도 빈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23대 국정과제 중 기후·환경 관련은 8개에 불과하다. 환경부가 맡은 과제는 5개인데 ‘지속 가능 미래를 위한 탄소중립 실현’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 ‘국가 기후적응 역량 강화’ ‘모두가 누리는 쾌적한 환경 구현’ ‘4대강 자연성 및 한반도 생물다양성 회복’ 등 원론적인 내용이다.

분과별 발표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강화’ ‘미래세대를 위한 장기감축 경로 마련’ 등 보다 세부적인 내용이 포함됐으나 당연히 해야 할 과제이거나 이전 정부부터 추진해온 것이어서 새롭지 않다. 기후환경단체인 플랜 1.5도는 “기후위기 대응이 우리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임에도 국정과제에서는 절박함이 보이지 않았고 내용도 빈약했다”며 “배출권거래제나 감축 목표와 관련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실종됐다”고 평가했다.

배출권거래제의 감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선언은 윤석열 정부 때도 나왔지만, 이번 국정과제에서는 구체적 목표 없이 선언적으로 포함됐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책임 달성’ 역시 파리협정 당사국이라면 실천해야 하는 목표이다. 육상 보호지역 30% 확대 역시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에서 3년 전 합의된 내용이다. 2030년까지 78GW(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는 지난 정부 때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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