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동풍 많다'고 동서 활주로 놓는 가덕도…"그 자료 오류"

2024-10-02

가덕도신공항의 활주로를 ‘동서(東西)’ 방향으로 결정할 당시 적용된 바람 관련 기상자료에 오류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측정장비가 고장 난 탓에 특정기간 동안 동풍 계열 바람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게 기록된 것이다.

활주로는 가급적 맞바람을 맞으며 이·착륙하도록 설계하기 때문에 당시 잘못된 자료가 반영돼 활주로 방향이 남북(南北)이 아닌 동서로 정해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정확한 기상자료로 객관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손명수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초 기상청 및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가덕도 풍향 자료(2013~2023년)’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에 ‘동풍’의 비중은 각각 8.1%와 12.2%였다.

이는 다른 해(1.8~3.5%)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동북동’ ‘동남동’ 등 다른 동풍 계열 바람 비중도 2020년과 2021년에 다른 해보다 유독 크게 나타났다.

국토부가 발주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담당한 엔지니어링사인 유신 등은 기상청의 기후정보포털에 올라있는 동일한 자료를 사용했다. 용역 때는 통상 정부기관이나 공기업이 포털에 올린 통계자료를 활용한다.

이 영향 때문인지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관련 종합보고서에는 ‘가덕지역의 바람이 가장 강하며, 풍향도 동풍이 우세풍(가장 비중이 큰 바람)으로 나타나는 특이점을 보임’ ‘동서방향의 활주로 배치가 바람 측면에서 유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활주로 방향도 동서로 결정됐다. 국토부의 ‘공항·비행장시설 설계 세부지침’에도 주활주로는 다른 요인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주 풍향과 같은 방향이어야 한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기상청이 손 의원실에 수정된 기상자료를 다시 제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동풍 계열이 유독 강세였던 2020년과 2021년 측정자료가 아예 삭제된 것이다.

수정 제출된 자료로 따져보면 대상 기간(2013~2023년)에 동풍 또는 동풍계열이 우세풍인 적은 한 번도 없으며, 대부분 북서풍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일정 기간(2020년 9월 4일~2021년 5월 26일) 동안의 장비장애로 인해 통계자료에서 삭제’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의 통계지침에 따르면 ‘연·계절 통계를 하고자 할 경우에는 월 통계자료를 이용하여 실시하되 1개월이라도 자료가 없으면 통계처리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2020년과 2021년은 4~5개월가량 측정자료가 오류인 탓에 아예 통계처리를 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기상청 관계자는 “처음 연간 가덕도 풍향자료를 제출할 때는 오류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후 다시 요청받은 계절별 풍향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당 측정자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국토부에도 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면서 가덕도신공항의 활주로가 동서방향으로 결정된 게 타당하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활주로 방향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바람 관련 자료가 잘못된 거라면 기존 기본계획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손 의원실에 따르면 기존 16개 국내 공항 중 활주로가 동서방향인 공항은 5개(제주,청주,대구,사천,포항공항)이며, 나머지 11개 공항은 모두 남북 방향이다.

또 동서방향 활주로를 가진 공항 가운데 4개는 군 공항이 먼저 생긴 뒤 민항기가 취항한 곳이다. 민간공항인 제주공항은 측풍(옆바람) 때문에 이착륙이 어려운 공항으로 악명이 높다.

일단 국토부와 유신 측은 수정된 자료를 반영하더라도 기존 결론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종필 유신 부사장은 “풍향과 풍속을 모두 고려하면 남북이나 동서 둘 다 활주로 방향으로는 기준에 맞는다”며 “다만 다른 중요 요소인 소음피해와 공역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동서방향 활주로가 더 낫다”고 말했다.

만약 남북 방향으로 활주로를 건설할 경우 인구 밀집지역인 창원시를 통과해야 해 소음피해가 커지는 데다 가덕도신공항 개항 이후에도 계속 사용할 예정인 김해공항의 공역과도 겹치는 문제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손명수 의원은 “활주로 방향 결정에 핵심인 풍향 관련 자료가 잘못됐다는 점이 확인된 이상 기존 용역결과를 다시 한번 객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성공한 가덕도공항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밀한 재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의 활주로 등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10조원대의 토목공사는 몇 차례 유찰 끝에 최근 현대건설컨소시엄이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자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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