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년 만에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24일 열린 롯데쇼핑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서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 총수인 만큼 각 사업을 전반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사내이사직을 맡는다는 건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룹의 모태인 유통업을 신 회장이 직접 챙기면서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국내외 296개 계열사(국내 94개)를 보유한 롯데그룹의 주력인 유통군(롯데쇼핑‧롯데하이마트‧코리아세븐 등)을 대표하는 사업 회사다. 하지만 국내 소비 판도가 이커머스 중심으로 바뀐 환경에 빠르게 전환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매출은 2018년에 17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내림세다. 2020년 16조2000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4조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점포 수(국내‧외 백화점‧대형마트‧롭스‧슈퍼‧하이마트)도 1234개에서 874개로 29%로 감소했다.
주가도 부진하다. 2018년 주당 25만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현재 6만5500원(24일 종가 기준)까지 하락했다. 지난 2년간만 40% 넘게 주가가 하락하자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롯데쇼핑의 저조한 주가‧실적을 지적하며 “과도한 부채 사용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등이 주가 부진 이유”라는 내용을 담은 주주 서한을 이사회에 보내기도 했다.

신 회장도 주가에 대한 고민이 깊다. 2023년 1월 신년사를 통해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긴 안목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며 미래의 성장성으로 주주를 설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2022년 7월 시그니엘 부산에서 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선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시가총액(시총)을 예로 들었다. 롯데그룹 안팎에선 신 회장이 기존 사업의 실적 개선을 넘어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신사업에 목말라 있다는 얘기가 많다.
롯데쇼핑은 신 회장이 직접 사내이사로 등판한 올해를 실적 반등의 적기로 본다. 지난 5년간 매출‧점포 수 등 외형은 축소됐지만,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어서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1.3%에서 지난해 3.4%로 올랐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76억원에서 4731억원으로 늘었다.

롯데쇼핑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마진이 큰 자체개발(PB) 상품 수출 지역을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미국‧싱가포르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더불어 그룹 내 유통 역량을 모은 복합쇼핑몰 개발에 집중한다. 현재 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68개 점포를 운영 중인데 연매출 2000억원 이상을 벌고 있는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성공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2028년까지 베트남에만 유사한 복합단지 2~3곳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롯데마트 신규앱인 제타 출시와 함께 2026년 부산 ‘고객풀필먼트센터’(CFC) 1호를 시작으로 온라인 쇼핑을 강화한다.
이날 주총에서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는 “국내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싱가포르 현지 운영법인을 설립해 해외 사업을 본격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롯데몰 웨스크레이크 하노이 성공 모델을 기반으로 해외 복합단지와 쇼핑몰 중심의 개발 사업을 검토하고 PB 상품의 수출을 확장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