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단계 해상풍력이 신바람 일으키려면

2024-11-26

윤석열 정부는 석탄발전소를 감축하고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이지만 삼면이 바다여서 해상풍력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덕수 총리가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 공사 중인 전남해상풍력단지를 최근 방문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강조한 것은 긍정적 신호다.

정부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2030’과 ‘탄소 중립 2050’을 국제사회에 약속한 이후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고 기후변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의 누적 해상풍력발전은 124.5㎿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를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해도 그렇고, 주요 8개국(G8) 진입을 노리는 한국의 경제발전 수준과 비교해도 실제 해상풍력 규모가 미미하다.

잠재력 크지만 많은 어려움 봉착

민간 기업의 성공 경험 축적 중요

정부가 든든한 후원자 역할 해야

해상풍력의 잠재력이 크다고 하지만 주민 수용성, 수많은 인허가 문턱, 국내산 터빈의 경쟁력, 시공 경험 부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현실적으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해상풍력 특별법안을 발의하고 정부가 공공 주도 계획 입지 제도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도가 정착돼 효과를 볼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다.

그렇다면 국내 해상풍력 분야가 직면한 현실은 어떤가. 발전사업 허가 건수는 많지만, 시공 등 실제 추진되는 사업이 매우 적은 것이 특히 문제다. 이 때문에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제조업, 건설업체, 금융회사들이 해상풍력산업에서 충분한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터빈 등 주요 기자재의 경쟁력은 해외 기업과 자본에 밀린다.

따라서 해상풍력 생태계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이미 시작한 사업들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 해상풍력 시장이 어느 정도 규모를 형성해야 기자재·시공 등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고, 국내 금융회사와 모험자본들이 해상풍력 PF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것이다. 이렇게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다른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해상풍력 업계가 주목하는 민간 해상풍력사업은 한 총리가 방문한 전남해상풍력 외에도 영광군 낙월면 앞바다에 짓고 있는 낙월해상풍력이 있다. 96㎿ 규모의 전남해상풍력은 2022년 정부 입찰에서 선정돼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최근 불거진 군 작전 관련 문제를 총리실 주재 관계부처 협의에서 합리적 대안을 찾은 덕분에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내년 3월 준공할 거란 소식이다.

낙월해상풍력(364.8㎿)은 2023년 정부 입찰에서 선정된 사업 중에 유일하게 공사 중인 사업이다. 민간주도의 해상풍력 사업 중에 규모가 가장 크다. 100여 개 국내 기업이 참여하고 국산 비율이 70%인 낙월해상풍력은 지난 3월에 공사를 시작해 공정률이 30%다. 순조롭던 낙월해상풍력도 최근 해상 공사 장비 관련 문제가 제기돼 공정 지연 등이 발생하면 사업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된다.

지금까지 시공·운영되고 있는 해상풍력은 발전 공기업들이 추진했던 공공사업이다. 반면 전남해상풍력과 낙월해상풍력은 덴마크와 태국 기업이 한국 기업들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민간사업이다. 육상보다 공사 환경이 더 복잡한 해상풍력 사업은 두말할 것도 없이 더 힘들다. 한국은 외국보다 해상풍력 사업이 뒤처져 있다. 따라서 선도적인 민간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풀어가면서 관련 제도와 시스템을 선진적으로 보완하는 소중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문제의 답은 항상 현장에 있다. 인류 문명과 산업 역사를 되돌아보면, 초기 단계에서 혁신적 기업가들이 출현해 이성과 논리보다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을 통해 산업을 개척하고 성장시켜왔다. 지금 우리 해상풍력 산업에서 필요한 것은 실패 위험을 무릅쓰는 혁신적 사업가들을 응원하는 것이다.

초기 개척자들이 성공하면 주저하며 위험을 기피하던 대기업과 전통적 자본을 해상풍력산업으로 끌어내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정부도 장기적 비전을 갖고 해상풍력 개척자들이 신바람 나게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도록 후원자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손충열 인하대 명예교수·세계풍력에너지협회 명예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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