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벽 허무는 ‘IMA 계좌’

2025-10-30

은행은 예금과 대출을, 증권사는 투자와 자산관리를, 보험사는 위험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은행 업무의 확대로 금융업의 경계는 흐려졌다. 은행이 증권·보험 업무까지 겸하는 ‘유니버설 뱅킹’이 그 대표적 사례다.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 서비스의 편의성을 키운다는 명분 아래 도입되었지만, 결과는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 상품의 불완전 판매가 빈번히 발생했다. 은행 창구가 불완전 판매의 진원지가 되었다. 금융 포용보다 수익 극대화를 우선시한 결과였다.

고금리 시대의 높은 예대마진은 ‘횡재세’ 논란을 불렀다. 예금 금리는 찔끔 올리고 대출 금리는 크게 높인 은행 행태가 사회적 비판을 받으면서, 금융의 공공성과 사익 추구의 경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생겼다. 정부가 이번에는 증권사에 은행의 고유 영역이던 수신 기능을 부여하는 종합투자계좌(IMA, Investment Management Account) 도입을 추진한다. 고객이 증권사 계좌로 예금처럼 자금을 맡기고, 동시에 투자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업무 진출은 새로운 리스크를 낳을 수 있다. 예금은 원금보장이 전제된 신뢰의 영역이나, 증권사는 본질적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분산하는 투자기관이다. 두 개념이 결합하면 고객은 위험과 안전의 경계를 혼동하기 쉽다. IMA는 예금보험공사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증권사가 신용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만약 증권사가 과도한 수익 추구에 나선다면, 예금과 투자가 섞인 구조 속에서 또 다른 불완전 판매가 재현될 수 있다.

금융 혁신은 필요하나 신뢰를 훼손한다면 의미가 없다. 유니버설 뱅킹의 교훈은 무한 확장이 아닌 균형과 책임이다. IMA 계좌가 금융 생태계의 경쟁을 촉진하는 길이 될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지, 그 답은 금융기관의 도덕성과 감독 당국의 세심한 관리에 달려 있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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