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설문조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에 다니는 이란인 유학생 자라 골라미(24)는 당초 한국 유학을 준비하면서 서울의 사립대나 지방 국립대 진학을 고려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무도 그런 선택을 안 한다“는 한국인 친구의 조언을 따라 서울대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처음엔 서울대에 진학해 내 삶을 즐길 수 없을까 두려웠지만, 지금은 잘한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학생, 가고 싶은 대학 '서울대·연세대·카이스트·고려대'
중앙일보 대학평가팀이 국내 외국인 유학생 9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진학하고 싶은 한국 대학으로는 서울대(21%)가 꼽혔다. 연세대(15%), 카이스트(8%), 고려대(6%)가 뒤를 이었다. 흔히 ‘SKY’로 불리는 한국 사회의 대학 서열 인식이 외국인 유학생 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관심 전공 개설 여부 ▶유학생 적응 지원 프로그램 ▶도서관, 강의실, 스포츠 시설 등 편의시설 순이었다.
한국 유학을 결정한 이유로는 ‘한국에서 발달한 특정 학문을 심도 있게 배우기 위해’(25%)라는 답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18%) 또는 ‘K팝·K드라마 등 한국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16%)라는 유학생도 많았다. 한국 대학 등록금 수준에 대해서는 ‘적정’하거나 ‘저렴’하다는 응답이 절반이 넘는 52.2%를 기록했다.
편리한 교통 장점…질문 없는 수업은 아쉬움
대학평가팀과 코리아중앙데일리 케이캠퍼스(K-campus)가 브라질·영국·인도 등 6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 유학생 대부분은 한국 대학 생활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튀르키예 국적의 성균관대 유학생 야신 오즈데미르(23)는 “대학을 선택할 때 한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근처에 최소 두 개의 지하철 노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성균관대는 1호선과 4호선이 지나 통학이 정말 편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대학의 수업 문화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브라질 출신 홍익대 유학생 다니엘라 오토니(28)는 “처음 수업에서 질문을 하니 한국인 친구가 ‘질문하지 말고 듣기만 해’라고 해서 놀랐다”며 “학부 수준에서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지만, 한국 수업은 암기와 시험 위주라 스스로 사고하며 배우는 과정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도포기율 낮은 성균관대…유학생 전담 학과장 둔 가천대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20만 명(4월 기준)을 돌파하면서 대학들은 유학생 맞춤형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혁신대학평가에서 외국학생 중도포기율이 가장 낮았던 성균관대는 외국인 신입생을 위해 한국 생활 전반에 대한 다국어 가이드를 제공하고, 선배 유학생이 새로 온 유학생의 정착을 돕는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가천대는 2018년 외국인 유학생 전담 학과장 제도를 도입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30명 이상인 학과에 전담 학과장을 지정하는데, 현재 11개 학과에서 운영 중이다. 이장석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유학생들이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학업과 생활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에 전담 학과장이 학업 및 생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체계적 유학생 관리 덕에 가천대는 비서울권 대학임에도 외국인 유학생 비율 6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외국인 유학생의 생각이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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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팀=이후연·이가람·이아미 기자, 김가영·박현민·이대연 연구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