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 젠슨 황, 한국에서 '피지컬 AI' 시대를 설계하다

2025-11-11

[비즈한국] 지난 10월 30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삼성, 현대차와 ‘깐부동맹’을 맺었다. ​젠슨 황 CEO는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 이후 AI동맹을 강조하며 2030년까지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26만 장을 한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GPU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다. CPU(중앙처리장치)가 복잡한 한 가지 명령을 빠르게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면, GPU는 수천 개의 단순한 명령을 동시에 처리한다. AI는 수십억 개의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GPU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GPU 수량은 국가 산업 경쟁력의 척도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간 한국의 AI 연구와 개발은 대부분 해외 클라우드 기업에 의존해 왔지만, 이번 공급으로 국내에서도 초거대 언어모델이나 산업용 AI를 자체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 전반의 ‘AI 독립’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Character(인물)

한국에 ‘GPU’ 선물을 준 젠슨 황 CEO는 대만계 미국인이다. 1963년 2월 17일 대만 타이베이시에서 태어나 9세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켄터키주의 기숙학교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영어가 서툰 아시아계 소년이라 자주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급류가 흐르는 다리를 건널 때마다 친구들이 밧줄을 흔들었지만, 매일 그 다리를 건너며 균형감과 끈기를 길렀다고 회상한다. 이 경험은 ‘흔들리지 않는 CEO’로서의 결단력으로 이어졌다.

오리건주에 있는 알로하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한 뒤 오리건주립대학교에서 전기공학 학사를,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AMD, LSI 로직 등 반도체 회사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그래픽 칩 설계에 참여했다.

1985년 로리 황과 결혼 후 슬하에 아들과 딸 하나를 두었다.

#Career(경력)

젠슨 황 CEO는 어릴 적 데니스라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했는데, 당시 이 식당에서 사업 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엔지니어 경력을 바탕으로 1993년 동료크리스 말라호스키, 커티스 프림 등과 함께 엔비디아를 설립했다.

엔비디아 설립 당시 젠슨 황의 아내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고, 통장에는 6개월 치 생활비가 전부였다는 일화도 있다.

엔비디아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제조 기업으로 젠슨 황은 엔비디아 설립 이후 현재까지 CEO로 재직 중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시총 5조 달러를 돌파한 AI 반도체 시장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Capability(역량)

황 CEO는 엔지니어 출신이지만 탁월한 경영 감각까지 겸비한 인물로 평가된다. 엔비디아는 첫 제품 그래픽 칩셋 ‘NV1’의 실패로 파산 위기에 처했으나, 1997년 출시한 ‘리바 128(RIVA 128)’이 반전을 만들었다. 2D와 3D 그래픽 기능을 통합한 혁신적인 GPU로 시장의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엔비디아는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이 시기 젠슨 황은 급증하는 칩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TSMC와 동맹을 맺었다. 엔비디아는 설계에, TSMC는 제조에 집중하는 구조는 이후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표준이 됐다.

물론 동맹의 길이 순탄하진 않았다. 1998년 초 TSMC가 화학 공정을 잘못 적용해 수만 장의 칩을 폐기하면서 엔비디아는 또 한 번 파산 위기를 맞았다. 젠슨 황은 투자사에 지분을 넘기며 간신히 회사를 살렸다. 젠슨 황은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한 달 후에 망한다”고 이야기하며 절박함을 일깨웠다고 한다.

젠슨 황은 2006년 GPU를 그래픽 전용 칩에 머물게 하지 않고, 범용 연산이 가능한 ‘쿠다(CUDA)’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GPU를 단순한 영상 처리 장치가 아닌 AI의 핵심 엔진으로 재정의했다. 이후 2010년대 초반 딥러닝 기술이 급부상하면서 GPU는 AI 산업의 표준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엔비디아는 외장 GPU와 AI 연산용 칩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햏다. GPU뿐 아니라 자율주행·로봇 학습용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 등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직접 구축했다. 2020년대 들어 엔비디아는 세계 반도체 기업 중 매출 1위에 올랐고, 2025년에는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등극했다. 시가총액 4조 달러를 돌파한 첫 기업이다. 황 CEO의 리더십은 ‘젠슨 황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기술과 자본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Critical(비판)

물론 비판도 있다. 황 CEO 개인의 자산 운용 방식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신탁 구조를 활용해 약 80억 달러 규모의 상속 및 증여세를 합법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재산 이전 계획을 세웠다.

시장 의존도가 지나치게 GPU에 집중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독점 문제도 있다. 중국은 엔비디아가 멜라녹스(Mellanox) 인수 당시 승인 조건을 위반했다며 조사 중이다. 경쟁사인 미국 반도체 제조 기업 AMD는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행사한다고 비판했다. 드라이버와 기술 자료를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엔비디아의 정책이 개발 생태계를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Challenges(도전)

엔비디아의 다음 목표는 ‘피지컬 AI(Physical AI)’다. 젠슨 황은 2025년 CES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의 목표로 이를 제시했다.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움직이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일이다. 언어와 이미지 인식에 머무는 기존 AI를 넘어서 로봇·자동차·제조라인 등 물리적 환경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반응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는 “토큰이 과거에는 텍스트나 이미지에만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물리 세계를 이해하고 로봇이 움직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깐부동맹’으로도 이어진다. 젠슨 황 CEO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과 손잡고 GPU 공급·AI 인프라 구축·인재 양성을 포함한 광범위한 협력에 나섰다. 그는 한국을 피지컬 AI 테스트 베드(시험대)로 삼았다. 다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기조 등 정치적, 지정학적 상황이 깐부동맹을 위협할 여지가 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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