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협회·LH '모듈러 건축 시장 활성화 방안과 미래비전' 세미나
"속도·비용·제도 모두 과제"
모듈러 시장 현실점검 한목소리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건설업계 혁신 공법 중 하나로 불리는 모듈러 건축 확산 걸림돌로 정확한 정의가 없다는 점과 공사비가 높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공공 발주부터 CM 선정, 품질 인증, 비용 절감까지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한국주택협회는 '모듈러 건축 시장 활성화 방안과 미래비전'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모듈러 특별법과 후속 제도 개선의 방향성이 구체화됐다고 밝혔다.
토론은 조봉호 아주대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됐다. ▲진홍민 국토교통부 사무관 ▲백정훈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김진성 SH공사 수석연구원 ▲김승현 포스코A&C 부장이 참여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공공부문의 준비 상황과 시장 속도 차이를 언급했다. 그는 "10년 전 사업 초창기엔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거의 동시에 모듈러를 시작했으나 이젠 속도 차이가 난다"며 "공공기관은 발주할 때 리스크를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데, 아직 제도 개선이나 모듈러를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시장에 단계적으로 나가는 로드맵을 고려했을 때 듈러 건축에 가장 적합한 다음 시장은 금융 구조와 맞물려 빠른 속도를 필요로 하는 노후 재건축 사업"이라며 "지방 모델과 수도권 도심 모델은 기술적 차이와 층수, 생산체계가 다른 점을 감안해 '도시형 모듈러'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연구위원은 국토부와 함께 준비 중인 '모듈러건축특별법'의 방향을 소개했다. 그는 "공공주택 발주의 일정 비율을 모듈러 공법으로 제작·공급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며 "모듈러 건축 진흥구역을 지정해 인센티브가 집중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재정 지원, 보증보험, 조세까지 지원해 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단순 융자 지원이 아니라 건축물 품질 인증 등급과 연동해 공장 설비 투자 등에 목적성 지급을 할 수 있도록 세분화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성능 지표에 대해선 건축 인증 제도를 신설해 모듈러 건축 기술이나 사전 제작률을 평가하고 등급화함으로써 인센티브를 차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사전 제작률뿐 아니라 안전, 노동력 절감 등 항목을 종합 성능 지표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특별법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지금이 세밀하게 준비할 기회"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모듈러 건축 사업관리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기존 부지 임대기간 종료에 따라 모듈러 호텔 300객실을 다른 위치로 이전 설치해 재사용하는 프로젝트였던 평창 WPR 모듈러 호텔 이전 공사 CM 용역을 수행하면서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점을 확인했다"며 "최초 인허가 시점 이후 강화된 단열·소방 기준을 준수하는 추가 공사, 10여 년 사용으로 인한 훼손·부위 보강 등 이전·재사용 특수성으로 특별한 사업 관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대부분의 모듈러 사업에서 CM 용역 발주 및 업체 선정 과정에 모듈러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 건축 시행 경험만 있는 업체가 참여하면 모듈 제작 단계 품질 관리, 운송 및 적층 공정 최적화, 모듈과 접합부 기술 검토 등에서 리스크 관리가 미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듈러 사업 확산을 위해 모듈러 경험과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시행 용역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라"고 말했다.
진 사무관은 건설 산업이 겪는 구조적 환경과 모듈러 건축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국토부는 좋은 품질의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고령화, 외국 인력 증가, 숙련 인력 부족, 안전 문제, 친환경 요구 등 새로운 규제와 요구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 중 하나로 모듈러 건축 활성화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현장 공사 외 공법을 다룰 수 있는 모듈러(프리탭) 용어 정의를 포함해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맞춤형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모듈러 건축의 공사비가 현장 공사 대비 20~30% 높다는 점도 문제다. 모듈러 건축을 인증하는 체계를 만들고 적절한 품질을 갖춘 것으로 인증받은 경우 각종 규제 특례와 인센티브를 통해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진 사무관은 "정부 주도의 1차 R&D에서는 80가구 미만, 12층 정도의 작은 OSC(탈현장공법) 주택을 지었다"며 "2025년부터 2029년까지 250억원 규모의 2차 모듈러 R&D에서는 이를 20층 이상, 400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늘려 생산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특별법 제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후에 다양한 R&D와 입법·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