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설계·엔지니어링 대가 산정체계 개선 필요”

2024-11-21

조훈희 고려대학교 교수

E&E포럼서 문제점 지적

공사비 요율방식 등 불합리

인력난·저품질 설계 초래

국내 임금 단가 日보다 낮아

요율 통일·저가발주 방지 시급

[정보통신신문=성원영기자]

건축 설계·엔지니어링 대가 기준이 현실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물가와 현장 상황에 맞게 대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관련업계와 다수 전문가의 중론이다.

19일 E&E포럼(Engineering & Engineers Forum)이 국회 도서관에서 개최한 5차 세미나에는 건축 설계·엔지니어링 분야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합리적 대가산정방식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이날 조훈희 고려대학교 교수는 ‘설계·엔지니어링 사업대가 정상화 방안’을 주제로 사업대가 정상화의 중요성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조 교수 발표를 종합하면 현재 건축 설계·엔지니어링 업계의 문제로 꼽히는 △저품질 설계와 안전 문제 △기술력 저하와 인재 이탈 △비효율적 공사 비용 증가 △국내 산업경쟁력 저하 등의 원인은 대가 산정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조 교수는 먼저 불합리한 대가 체계에 대해 짚었다. 현재 국내에서 적용 중인 공사비요율방식은 과거 공사비 규모 대비 정액으로 대가를 산정하는 정액적산방식에 따라 산출된 금액을 기초로 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설계·엔지니어링 업무는 단순 관리·감독에서 책임감리 등의 서비스 업무가 추가되고, 법적 규제로 인한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규제가 늘어남과 동시에 행정업무, 추가 인원 배치까지 추가돼 결과적으로 공사난이도가 상승했다. 또한, 설계 변경 및 계약 변경으로 인한 추가 업무가 다수 발생하며 대가반영과 관련해 발주처의 소극적인 대처도 빈번한 실정이다.

해외 설계·엔지니어링 대가체계는 모두 실비정액가산방식을 비중 있게 사용한다.

실비정액가산방식은 직접인건비, 직접경비, 제경비, 기술료와 부가가치세를 합산해 대가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조 교수는 “해외에서는 계약 변경에 대한 대가 산정 협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낮은 대가·임금 수준도 살펴봐야 할 문제다. 미국과 국내의 설계·엔지니어링 사업대가를 비교할 경우, 국내 사업대가는 미국 워싱턴주의 45.4~60.4% 수준에 그쳤다.

국내와 유사한 직종별 등급 체계를 가진 일본과 비교했을 때도 국내 설계·엔지니어링 산업의 임금은 일본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직종인 주임기술자의 단가는 73만6597원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직종인 기술사의 단가는 43만2440원에 머물렀다.

이와 더불어, 조 교수는 부처별 이원화된 대가기준도 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처별 대가기준 및 산출방식 현황을 살펴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대가산출 원칙을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적용한다.

이와 달리, 기획재정부는 공사비요율방식을 적용한다. 공사비요율방식은 공사비 규모에 따라 일정 요율을 곱해 산출한 다음, 금액에 추가 업무비용과 부가가치세를 합산해 대가를 산출한다.

과거에는 기재부, 산업부, 국토부 모두 동일한 공사비 요율을 적용했다. 2019년에 산업부 고시 요율이 개정되면서 현재는 기재부 기준과 일치하지 않게 됐다.

예를 들어, 공사비 100억원 이하 소규모 공사의 경우, 기재부 지침이 산업부 고시와 비교해 54~70%에 그치는 수준이다. 또한, 건설사업관리 분야 중 기재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사업은 국토부 대가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발주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조 교수는 △부처별 대가기준 일원화 △민간부문 대가기준 장려 △설계·엔지니어링 서비스 가치에 대한 인식 개선을 제시했다.

기재부 예산편성지침 요율을 산업부 고시 요율과 일치시켜 저가발주를 방지하고, 설계·엔지니어링 대가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민간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 교수가 지적한 문제들은 적정공사비 산정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정보통신공사업 등 전문 시공분야의 당면현안과 공통분모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하다.

한편, E&E포럼은 지난해 5월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등 건설엔지니어링 관련 4개 협회가 출범시킨 전문가 단체로 엔지니어링 산업과 건설기술인의 발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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