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리] 하이, 디지털 치료제 들고 한국 넘어 미국으로

2024-10-04

이라인네트워크에서 타트업을 뷰합니다. 줄여서 ‘바스리’. 투자시장이 얼어붙어도 뛰어난 기술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은 계속해 탄생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들을 바이라인의 기자들이 만나봤습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인 세상이다. 아침에 알람을 듣는 것부터 하루의 일정을 확인하고, 메시지와 전화를 주고 받고, 업무를 하는 등, 모든 과정이 디지털화(DT)되고 있다. 건강의 영역도 마찬가지다. 건강을 관리하는 것을 넘어 치료하는 영역까지 디지털이 침투 중인데, 이를 ‘디지털 헬스케어’라고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하이는 범불안장애나 뇌졸중 후 찾아온 언어장애 등을 치료하고, 치매 전주기를 진단한다. 이 과정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려 한다. 사용 방법도 간단한 편이다. 사용자들은 앱을 설치해 화면에 나오는 문구를 따라 읽거나, 화면 속 점을 쳐다보기만 하면 된다. 사실 이렇게 말하면 “그게 치료가 되고 진단이 되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답은 이 설명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이는 몇 개 제품을 식약처로부터 확정 임상시험을 허가 받아, 이를 마쳤다. 일부 제품은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허가가 나면 하이의 제품은 여러 병원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나아가 하이는 미국으로도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하버드대학교와 함께 뇌졸중 언어치료 제품의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동시에 현지에서 당국 허가를 받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김진우 하이 대표(=사진)를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나 범불안장애, 언어장애 등을 어떻게 디지털로 진단하고 치료하려는지 물었다. 김 대표는 “사용자가 카메라를 30초 이상 보고 있으면, 우울, 불안, 스트레스 정도를 알 수 있는 모듈을 개발했다”면서 “현재 약 90만명 이상이 이 모듈을 썼는데, 사용자의 불안장애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따라 거기에 맞는 중재(치료)를 한다”고 범불안장애 디지털치료에 관해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이 회사가 뇌졸중 후 언어장애 치료나 치매 진단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접근하고 있는지도 들었다.

-본업이 연세대 교수라고. 무슨 학문을 가르치나?

소속은 경영대 경영학과다. 전공은 휴먼컴퓨터인터랙션(HCI)이다.

-디지털 치료제와는 크게 접점이 없어 보이는데

인공지능(AI)이 나오면서 가장 잘 쓰일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한 결과 핀테크, 모빌리티, 헬스케어였다. 세 부문 모두 도전했고, (최종) 헬스케어를 선택했다.

-이유가 있나

7~8년 전 이대 목동병원과 치매 전 주기를 진단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게 되면서, 헬스케어를 선택했다.

-사명이 제일 궁금했다, 하이는 어떤 의미인가

창업을 한 2016년 12월, 당시 이세돌 바둑기사와 알파고의 대전이 있었다. 대전 당시 중국 바둑 기사가 알파고의 돌을 얹는 역할을 했는데, 그걸 보면서 앞으로 인간과 AI 사이 상호작용이 중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인간 AI 상호작용(Human AI Interaction)의 약자를 따, 사명을 ‘하이(HAII)’로 지었다.

-하이,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설명에 앞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정의를 알아야 한다. 디지털 치료제는 주로 의료용 소프트웨어로 치료를 하는 디지털 치료학(therapeutics)이라고 한다. 이보다 더 큰 개념은 디지털 제약(Medicine)이라고 한다. 디지털 제약은 치료도 포함하지만 진단과 모니터링을 포함한다. 하이는 디지털 치료제 회사가 아닌 디지털 제약회사다.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제약 시장이 생긴지 얼마 안됐는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

사람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 중 하나다. 디지털 제약이 되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번째 명확한 기전이 있어야 하고, 둘째 실제로 작동하는지 검증을 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렇게 해서 나온 효과가 기존 치료에 비해 비용 효과성이 어야 한다. 세 가지를 만족하는지 여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범불안장애 디지털치료제 ‘엥자이렉스’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고

임상시험은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것인 만큼 환자를 대상으로 아무나 하지 못한다. 지난 2년 동안 임상시험실시기관(IRB) 심의를 통과하는 등 그런(임상시험을 위한) 절차를 다 준비해 지난해 임상시험을 개시, 약 두 달 전에 끝났다. 최근 식약처에 디지털(엥자이렉스)를 치료제로 허가해달라는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연내 허가 여부가 나오겠다. 치료의 핵심 질환인 범불안장애가 무엇인가?

범불안장애가 사실 유병률이 높다. 걱정될 것이 없는데 막연하게 불안한 증상이다. 다 잘될 것 같은데 “혹시 지하철 잘못 타면 어쩌지?”, “오늘 약속에 늦으면 어떡하지” 등의 걱정이 든다. 문제는 이런 것이 도를 넘어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를 범불안장애라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범불안장애 유병률이 높은데, 여기에 대해 사람들은 질환으로 생각하기보다 컨디션으로 여기곤 한다. 범불안장애는 굉장히 중요한 질환이다. 놀랐던 점은 임상시험 개시할 때 내부에서 피험자를 모으기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를 했는데, 지하철 광고를 낸지 8개월 만에 피험자 모집이 끝났다. 그만큼 범불안장애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이 든다.

-범불안장애를 어떻게 치료하나?

사용자가 카메라를 30초 이상 보고 있으면, 우울, 불안, 스트레스 정도를 알 수 있는 모듈을 개발했다. 현재 약 90만명 이상이 이 모듈을 썼는데, 사용자의 불안장애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따라 거기에 맞는 중재(치료)를 한다.

대표적인 중재 중 하나로 불안이 심해질 때 사용자가 스크립트를 읽고 녹음하는 방식이 있다. 그런 다음 녹음된 목소리를 AI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듣고 싶어하는 본인의 목소리로 바꿔 들려준다. 사용자는 변환된 녹음본을 마음이 불안해지거나 듣고 싶을 때 들을 수 있다.

-녹음된 나의 목소리를 들으면 낯설고 어색한 것은 맞다. 그러나 본인이 듣고 싶어하는 목소리는 주관적이지 않나

AI가 사용자에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목소리 샘플 몇 개를 들려준다. 이때 사용자의 반응을 살피면서 (듣고 싶은 목소리가 무엇인지) 감지한다.

-어떤 반응을 살피나?

눈두덩이 밑에 있는 피부 색깔은 사람의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심장이 한 번 씩 박동할 때마다 눈두덩이 밑 피부 색이 미세하게 바뀐다. 이를 잡아내는 것이 PPG센서다. 나아가 원격으로 잡아내는 것을 RPPG센서라고 한다. 이 RPPG센서로 사용자의 심장박동 수와 그 간격을 계산하는 심박변이도에 따라 (사용자가 선호하는 목소리를) 잡아낸다.

-해당 모듈은 직접 개발을 한 것인지, 또 95만명의 데이터는 어떻게 모았나?

모듈은 자체 개발했고, 지금도 한 달에 2만5000명이 신규로 쓰고 있다. 매년 130만명이 건강검진을 받는데, 사람들에게 보내는 건강검진 안내 문자에 저희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그러니까 건강검진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는 셈인데, 언제부터 시작했나?

약 2~3년 전부터 (국가 건강검진 기관과) 시작했다.

-아무래도 얼굴 등의 개인 데이터는 민감한 편인데,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 처리하고 있는지?

얼굴에 대한 이미지는 수집을 하지 않고 있다. RPG 센서를 통해 나오는 데이터는 피부의 42개 랜드마크 RGB 값으로 이것만 수집하면 된다.

-엥자이렉스 외에도 다른 디지털 치료제가 있다고

확정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제품 ’알츠가드’는 치매의 전전 단계인 전주기 치매를 진단한다. 최근 미국에서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제약이 나왔다. 주사를 놔 머릿속에 있는 악성 단백질(치매의 원인)을 줄여주는 원리인데, 비용이 비싸다는 장벽이 있다. 하이는 디지털로 환자의 머릿속에 악성 단백질이 얼마나 쌓였는지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CT 같은 것을 찍지 않고도 악성 단백질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인지?

그렇다. 여러 가지 테스트가 있다. 예를 들어, 어르신이 눈으로 스마트폰에 있는 까만 점을 따라가는 것을 통해, 실제 어르신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하는 아이트래킹 기술을 통해 (악성 단백질)을 측정한다. 실제 검은 점의 위치와 어르신이 보고 있었던 시점의 차이를 계산하면 어르신이 인지적으로 얼만큼 손상이 되어 있는지 역추산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6가지 다른 측정 도구가 있어 이를 합쳐 악성 단백질을 책정해, 꼭 필요한 분들만 (고비용의 치매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확도는 얼마나 되나?

아쉬운 점은 정확도가 그렇게 높진 않다. 현재 저희 연구실에서 나온 정확도(AUC)는 77%다. 100%가 가장 좋은 것이고 50%면 동전을 던지는 확률이다. 상품화를 위해선 정확도 80%를 넘어야 하는데, 현재 AI 엔진 고도화, 데이터 수집을 하고 있는 단계다.

-또 어떤 제품이 있나?

뇌졸중 환자를 치료하는 ‘리피치’가 있다. 뇌졸중, 흔히 말하는 풍을 맞을 경우 2주 동안 중환자실에 있다. 그 후 안정기가 되면 일반 병실로 오는데 아급성기로 불리는 6개월을 보낸다. 이 기간 동안 머릿속에선 손상된 뇌가 복구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이 마비가 와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아급성기 시기를 놓치면 평생 말을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이 골든타임 동안 치료를 받으려면 부자이거나 가족이 신경과 의사가 아닌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하이는 아급성기(병의 진행정도가 급성과 만성의 중간)인 6개월간 언어 능력을 정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들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뇌졸중 후 언어장애가 오면 말의 음이나 높낮이 조절을 못한다. 이걸 넘어 발성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분들도 있다. 하이는 발성 연습부터 높낮이를 연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핵심은 환자의 (학습 상태를) 환자, 보호자에게 보여주고 거기에 맞춰 연습을 할 수 있다. 효과는 보통 4주면 나기 시작한다.

-하이의 서비스는 환자들이 병원을 통해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을 지향하고 있는데, 아직은 확정 임상시험이 마무리되지 않아, 시범용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공식적인 판매는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받은 다음 이뤄질 예정이다.

-서비스에 어떤 IT 기술이 들어가나?

AI 기술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AI를 그대로 제공하면 환자들 입장에선 쓰기 어렵다. 그래서 환자들이 사용하기 좋게 사용자경험(UX) 기술을 활용했다. 생성형AI는 진단 결과를 설명할 때 쓰는데, 이때 할루시네이션(환각) 발생 위험이 있어 반드시 의료진의 검증을 거쳐 (결과를) 설명하도록 한다.

-미국 법인도 운영하고 있다고?

그렇다. 지난달 하버드 의대와 함께 뇌졸중 언어치료 제품인 ‘리피치’에 대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허가를 받았다. 다음 단계로 미국 식약처를 만나 검사를 받고 잘 진행되면 미국 추수감사절 전에 허가용 임상실험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법인이 이를 진행하고 있다.

-제약 업계를 보면 임상시험하는데 평균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던데

디지털 치료제는 그 정도의 기간이 걸리지 않는다. 제약은 1상, 2상, 3상, 4상을 거쳐 품목 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반면, 디지털 치료제는 한 번만 하면 된다.

-AI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전체 임직원 50여명 중 30명 정도다.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업계 중 개발자 수로는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안다.

-투자 유치 현황은 어떤가?

현재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10억원대다. 2년 전 시리즈B 투자를 받았고 내년 1분기 브릿지를 받으려고 한다. 하버드 대학과 진행할 임상시험에 비용이 투입될 것 같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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