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일획도 고칠수 없다? 논쟁해야 살아 있는 종교"

2025-10-23

『초역 예수의 언어』출간한 김학철 연세대 교수

15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연세대 김학철 교수를 만났다. 개신교 신학자인 그는 최근 『초역 예수의 언어』라는 책을 출간했다. 성경의 4복음서에서 가슴을 울리는 예수의 말씀을 추려내 오늘날의 언어로 풀어놓았다. 초역(超譯, 일반적 번역을 넘어서는 깊은 해석이나 재구성)이다. 일종의 징검다리다. 사람들이 이 다리를 딛고서 예수의 심장에 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성경은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며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다. 초역에는 용기가 필요했지 싶다. 어떤가.

“예수나 붓다, 공자의 말씀은 수천 년 전의 것이다. 오늘날 의미를 어떻게 새길까 고민했다. 직역은 오히려 번역자에게 쉬운 일이다. 단어 대 단어, 어구 대 어구, 문장 대 문장으로 그대로 직역하면 된다. 그런데 그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나.

“번역이 왜 필요한가. 이해하기 위해서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번역을 왜 하겠나. 그래서 ‘초역’의 개념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런 책을 쓰고 있다고 하니까, 구약을 전공한 교수님이 ‘미드라쉬네요’라고 하더라.”

‘미드라쉬’가 뭔가.

“유대인에게는 구약의 법률이나 옛날부터 내려오는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랍비 같은 유대인이 그것의 동시대적 의미를 짚으며, 동시대 사람들에게 풀어주는 작업을 한다. 그 과정에서 끝없이 논쟁하고, 토론하고, 대화한다. 이런 과정이 없으면 살아 있는 종교가 아니다.”

김 교수는 ‘셰익스피어’를 예로 들었다. “우리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갖고 논쟁하고 토론하고 대화하면, 셰익스피어는 살아있는 거다. 만약 그런 논쟁이 없다면 셰익스피어는 더 이상 살아 있는 게 아니다. 종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 말끝에 그는 ‘북극성’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가 큰 배를 타고 가다가 난파됐다. 마침 운이 좋아 구명정에 탈 수 있었다. 약간의 식량과 물도 있다. 북쪽으로 가면 육지가 있다는 지식도 있다. 한낮에는 북쪽을 찾기가 어렵다. 노를 젓지 않고 있다가, 밤이 되면 북극성이 뜰 테니 노를 저어가자. 그렇게 고대했다. 그런데 밤이 됐는데, 북극성이 사라진 거다. 지금 우리 처지가 딱 그렇다.”

그게 어떤 처지인가.

“인류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졌고 지식도 충분하다. 그런데 나아갈 방향과 가치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대한 내 나름의 은유다. 그래서 많이 부족하지만, 이 책에서 북극성의 빛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왜 신학을 공부했나.

“고등학생 때 몸이 아팠다. 3년 중 절반만 학교를 다녔다. 장기 결석과 조퇴를 거듭했다. 어린 나이에 죽음의 문제에 가까이 가 있었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 러셀, 함석헌, 유영모 선생의 글까지 읽었다. 그때 생각했다. 철학, 신학, 교육학. 셋 중 하나를 하고 싶다.”

그중에서 왜 신학을 택했나.

“철학도 좋았다. 철학에 무엇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신학이 더 좋았다. 성서를 읽고 해석하는 것도 좋았고, 고대 언어인 히브리어ㆍ헬라어(그리스어)ㆍ라틴어를 배우는 것도 너무 좋았다. 그 모두가 좋았던 이유가 있다. 나는 예수를 알고 싶었다.”

왜 예수를 알고 싶었나.

“아내가 들으면 서운해할 수도 있다. 가령 과거로 돌아가는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타임머신이 있다. 그걸 타겠느냐 물으면, 나는 타겠다. 그럼 어디로 갈 거냐. 누굴 만날 거냐. 나는 예수를 만날 거다. 아람어(예수가 사용했던 언어)는 못하지만, 당시의 헬라어로 더듬더듬 그와 대화할 것이다. 대화가 안 되면 눈이라도 마주치고 싶다. 그럼 내 인생은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눈이라도 마주치고 싶다. 거기서 무엇을 보고 싶은가.

“예수 안의 빛나는 신성이다. 그걸 보고 싶다. 그것이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궁극적인 꿈이 아닐까 생각한다.”

타임머신을 탈 수 없다면 어떤가. 2025년 지금 여기에서 예수를 만날 수는 없나.

“예수의 신성이 담긴 흔적이 어디에 있을까. 나는 예수의 말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신약학(마태복음서)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 여기에서라면, 예수의 언어를 통해서 예수의 신성을 만나고 싶은 거다.”

성경을 읽을 때, 우리가 명심할 한 가지만 알려 달라.

“나는 성경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과 연구와 강연도 많이 한다. 성경 본문도 아주 익숙하다. 그렇지만 나는 이 본문을 다 알지 못한다는 기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나의 경험은 성경의 같은 구절도 볼 때마다 이해가 깊어진다. 앞선 이해가 잘못됐음을 깨닫기도 한다. 성경을 읽을 때 이것은 이 뜻이다라고고정시켜 버리면, 성경을 자기 뜻대로 해석할 위험이 있다. 수십 번, 수백 번 대했어도 다 알지 못한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럴 때 내가 더 깊어지고, 본질에 다가갈 가능성도 더 커진다.”

◇김학철 교수=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기독교 교양을 학문의 주제로 삼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JTBC ‘차이나는클라스’, CBS ‘잘잘법’, 삼프로TV 등 방송과 유튜브에 출연, 기독교 교양을 소개하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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