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 길을 잃다] ①경제성에 막힌 열차, 해외수출 막힌 기술

2024-06-30

2016년 2월 개통…4500억원 투입

일본 이어 세계 두 번째 상용화 성과

연간 80억원 운영비 부담 운행 중단

말레이시아·카자흐 진출 무산 위기

접근성·교통복지 약화 주민 불만도

국내 민간사업자는 5년여를 공들여 지난 4, 5월 말레이시아 케다주와 카자흐스탄 알마티주와 도시형 자기부상철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대중교통지향형 도시개발의 첫 단추인 이 사업은 각 5억(16개 역·차량기지 1개소)과 28억(71개 역·차량기지 2개소)달러 규모다. 민간사업자가 두 나라의 중앙정부 승인과 합의각서(MOA)를 끌어내려면 2016년 연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는 없다. 4000여억원을 들여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한 이 시설이 멈췄다. 되레 정부와 공기업은 궤도(관광)열차로 '격 낮추기'를 작업 중이다. 인천일보는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가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대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자기부상철도 인천공항 1터미널역. 출입통제 띠로 개찰구가 막혀있다. 개찰구 옆에는 '임시휴업' 안내판이 서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2023년 9월1일부로 도시철도시설로서의 운영이 종료되었습니다. 향후 궤도시설로 전환하여 운영을 재개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같은 시각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 종착점인 용유역. '휴업기간 2022.07.14~2024.07.31'의 글귀의 안내 표지판에는 '철도안전법에 따른 자기부상철도 재정비를 위해서'라는 설명이 덧쓰였다. 역사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선로는 관리조차 안 된 흔적이 뚜렷했다.

4500억원가량 들어간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가 개통(2016년 2월) 6년 만에 멈춘 것이다. 자기부상철도 실용화 사업에 국비 3500억원, 인천공항공사 787억원, 인천시 189억원이 투입됐다.

2004년 7월 첨단기술 수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국가연구개발 실용화사업 추진이 결정됐다. 2006년 10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계획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자기부상철도 개발이 시작됐다.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를 일궜던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는 선로 위를 8㎜ 높이로 떠서 이동하는 신교통수단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나 분진과 소음 등 공해가 발생하지 않는 첨단 기술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시는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자기부상철도 운행을 중단했다. 연간 80억여 원의 운영비가 부담돼 기술 수출과 교통 복지를 포기한 것이다.

인천교통공사는 인천 1, 2호선 운행으로 2023년 각 714억 원과 70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철도를 운영 중이다.

자기부상철도 운행 중단으로 주민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용유역 근처에서 13년째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김철(51)씨는 “역이 폐쇄돼 접근성이 떨어지니 손님들 항의 전화가 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김요한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정부와 공기업이 영종 주민들의 교통 복지는 무시하고 경제성만 따지고 있다”며 “정부와 공사는 본래 계획대로 대중교통 인프라 확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반 박예진·오윤상·전상우·정슬기·추정현·홍준기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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