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살아 있는 지구를 떠받치는 기둥···80억명 노력으로 기후변화 중단시킬 수 있어”

2025-03-19

세계적 식물학자 베리스퍼드-크로거 인터뷰

기후변화로 탄소배출 가속

아이들에게 생물종 등 교육

지구 미래 변화 이끌어내야

숲은 지구의 허파이자 생명체의 보금자리다. 1㏊의 숲은 연간 168㎏의 대기오염 물질을 흡착한다. 숲은 지구상 생물종 80%의 서식지다. 이처럼 소중한 숲은 그러나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30년 사이에 한반도 면적의 약 8배에 달하는 산림이 사라졌다.

경향신문은 ‘세계 숲의 날’(3월21일)을 맞아 세계적 식물학자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81)와의 인터뷰를 싣는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캐나다로 이주한 베리스퍼드-크로거는 ‘나무의 제인 구달’로 불린다. BBC는 지난 1월 국내에 번역된 그의 책 <세계숲>(아를)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비견하기도 했다.

베리스퍼드-크로거는 많은 국가가 산림 파괴 문제를 외면해 상황이 악화하고 있지만 전 세계인이 힘을 합쳐 나무를 심어나가면 기후 변화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과학책 번역가로 <세계숲>을 번역한 노승영 번역가가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후 변화로 병충해가 극성을 부려 많은 수종이 죽고 있다. 캐나다에서 위험에 처한 수종은 무엇이 있나.

“기후 변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서 생긴다. 이렇게 탄소가 증가하면 병원성 곤충, 세균, 바이러스의 내성이 커지고 더 큰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현재 위험에 처한 수종으로는 미국물푸레나무(Fraxinus americana)가 있다. 이 나무가 없으면 숲이 헐벗는다.

-지금의 빠른 변화를 이겨낼 수 있는 수종은 얼마나 되나? 지구 온난화에 굴하지 않고 번성할 수 있는 나무가 있나.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을 기를 방법이 있을 텐데, 지금 찾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많은 수종이 더위, 가뭄, 전 세계 토양의 저산소화를 이겨낼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나는 이 또한 탐색 중이다. 모든 종의 참나무는 지독한 더위와 가뭄에 견디는 화학적 능력이 있다.”

-북부한대수림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부한대수림은 지구의 북부를 띠처럼 두른 숲 지대다. 이곳의 나무는 햇빛이 부족한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켰다. 물속이나 영구동토대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메탄도 들어 있다. 세계가 더워지면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것이다. 그러면 상황이 더 나빠진다.”

-당신은 평범한 사람들이 숲 복원에 동참하도록 장려하는 바이오플랜(생물학적 설계)을 제시했는데, 거기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전 세계인이 6년에 걸쳐 해마다 나무를 한 그루씩 심으면 기후 변화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사람들은 숲을 보호하고 기존 숲에 나무를 보태야 한다. 지난 200년간 어린 숲과 오래된 숲을 막론하고 너무 많은 숲이 벌목되었기 때문이다. 숲은 살아 있는 지구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숲은 풀브산(토양유기물을 알칼리로 추출하여 생긴 유기물 중에서 산성에서 침전되지 않고 남아 있는 유기물)이라는 유기물을 생성하여 바다를 보호한다. 기온을 낮춰 기후 변동을 완화하기도 한다. 그러면 땅과 공기의 온도도 낮아진다. 숲은 광합성 반응의 제왕이다. 이 반응에서 만들어지는 산소가 없다면 우리는 죽는다. 많은 나라가 문제를 외면하기 때문에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다. 대중은 수의 힘으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80억명이나 되니까.”

-당신은 아이가 미래라고 말했다. 아이가 지구 미래에 대한 책임감과 존중심을 갖추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교육이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아이들은 전보다 훨씬 똑똑해졌다.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미래를 걱정한다. 지구서 가장 거대한 생물종을 자녀에게 소개하라. 아이들이 숲의 행진에 어떤 경외심을 품는지 보라. 우듬지에서 내뿜는 에어로졸만으로도 아이들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나무의 DNA 패턴은 인류라는 가족의 구성원 하나하나와 비슷하며 어쩌면 그보다 더 비슷할지도 모른다.”

-세계의 현재 상황을 보면 절망에 빠지기 쉽다. 인류에게 아직 희망이 남았다고 생각하나? 절망을 이겨내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퍼스트 네이션(북극 지방을 제외한 지역에 거주해 온 캐나다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예언이 전해진다. ‘여덟 번째 불이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살피는 것은 일곱 번째 불이다.’ 사람들이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자연을 보호할 것이다.”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캐나다 온타리오에 정원을 조성하고 다양한 식물과 나무를 수집한 것으로 안다. 정원의 현재 모습이 궁금하다. 최근에 입수한 수종이 있나?

“내 정원은 연구 정원이고 이름은 ‘카리글리아스(Carrigliath)’다. ‘회색 돌’이라는 뜻인데, 정원이 회색 지의류로 덮여 있어서 그렇게 부른다. 많은 자생종 나무가 무지와 부주의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 이 나무들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그 속에 들어 있는 약용 성분은 영영 사라졌다. 가장 최근에 구출한 나무는 포포나무의 일종(Asimina triloba var. lutea)이다. 현재 섭씨 2도의 저온에 보관 중이며 2025년 4월에 심을 예정이다. 이젠 생존할 수 있을 만큼 크고 튼튼해졌다. 열매의 노란색은 항암 효과가 있는 유기 화합물로, 남성에게 특히 유익하다.”

-앞으로 입수하고 싶은 나무가 있는지?

“내가 찾고 있는 나무는 모커넛 또는 불넛히커리라고 부르는 Carya tomentosa다. 이 나무가 생존하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다량으로 필요하다. 목재는 치밀하며 캐나다 퍼스트 네이션(원주민 집단)이 채소를 훈연하고 보존하는 데 쓰였다.”

-우리가 수목원을 지을 때 유의할 사항은?

“한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는 기후 변화에 대비하여 자생종 나무로 수목원을 조성해야 한다. 학교에 교과 과정을 마련하여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많은 독자가 당신의 삶과 글에 감명을 받았다. 한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소득 양극화와 환경 파괴라는 대가가 따랐다. 속도를 늦추고 다른 길을 모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이 지구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믿음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연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한다. DNA 알고리즘에는 치유 방안도 담겨 있다. 그것은 종의 합일, 또는 자신에 대한 앎이라고 불린다. 인체는 피부의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안다. 나무는 이 지식을 가지고 있다. 숲에서는 치유가 더욱 복잡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나무는 균류의 균사체를 이용하여 나무의 마을(군집)을 이루는 듯하다. 자연에서는 배울 것이 무척 많다. 우리는 모두 답을 찾는 유치원생, 또는 여섯 살 아이와 같다. 답은 우리 코앞에 있다. 첫발을 내디디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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