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의 정치 드라마 ‘외교관’(The diplomat)이 시즌 3으로 접어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웨스트 윙’의 각본가 출신인 데보라 칸이 크리에이터이자 작가, 쇼러너로 참여한 ‘외교관’은 시즌 3을 통해 개인적, 정치적 분열이 극대화되는 양상을 예고한다.
‘외교관’은 정치 드라마이지만 쇼윈도 부부 케이트와 핼의 복잡한 관계가 핵심이다. 이에 대해 데보라 칸은 “장편 드라마의 묘미는 최악이자 가장 추악하며 어리석은 순간들을 드라마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캐릭터 간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창작의 즐거움이라고 밝혔다.
첫 화에서 핼이 부통령직 제안을 받는 장면은 큰 충격을 안겼다. 데보라 칸은 “이런 결정은 실제 정치 현장에서 일어나기 전부터 이미 상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외교관이 현실을 앞서 예견한 드라마라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케이트는 늘 자신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믿어왔지만, 시즌을 거치며 자신감을 얻는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이들로부터 좌절을 맞게 된다”며 앞으로 전개될 심리적 드라마를 예고했다.
‘외교관’이 현실 정치를 반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평가에 데보라 칸은 “지금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이 현실적인 드라마보다는 마블 영화에 더 적합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 소재는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선을 그었다. 대신 “국가와 세계가 처한 사고방식, 국가 간의 관계를 맺는 방식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며 “우리가 지금 쓰는 이야기가 2년 후에 방송될 수 밖에 없어 어렵다. 지금 우리가 처한 정치적 순간이 2년 후에는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었던 주영 미국대사 케이트 와일러(케리 러셀)는 윌리엄 레이번 대통령의 비보로 좌절을 맛본다. 새로 취임한 여성 대통령 그레이스 펜(앨리슨 제니)이 ‘여성 투 톱’을 꺼린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부당한다. 대신 남편 핼 와일러(루퍼스 스웰)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서, 케이트는 정치적 굴욕과 개인적 배신을 동시에 겪는다.
케이트 와일러 대사를 연기한 케리 러셀은 시즌 2의 충격적인 결말에 대해 “정말 훌륭한 엔딩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핼이 또다시 “환상적으로 멍청한” 결정을 내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회상하며, “핼은 항상 말썽에 연루되는데, 그게 바로 이 쇼의 재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시즌 3는 이러한 충격적인 순간에서 곧바로 이어진다.
러셀은 “두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 동시에, 얼마나 사소한 일로 다투는지를 보는 것이 즐겁다”며 “덤불 속 다툼으로 시작해서 정말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끝나게 만드는 루퍼스 스웰(행)은 훌륭한 연기 파트너”라고 부추겼다. 이어 “패배를 연기하는 것은 배우로서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며 웃음을 터뜨린 그녀는 “캐릭터로서도 마찬가지다. 승리보다 패배를 연기하는 것이 케이트 와일러라는 캐릭터의 복잡성과 인간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해석했다. 이어 “케이트는 배짱, 솔직함, 유머를 갖춘 이타적인 일꾼이다. 진정한 공직자로서의 면모를 지닌 케이트는 정부가 작동하는 방식, 외교 관계 속에서 중심을 지키려 노력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케리 러셀은 시즌 3를 두고 “사방팔방, 혼란스러운” 시즌이라고 요약했다. ““케이트라는 인물의 감정 상태가 그렇다”며 “매일 다른 장소, 사람, 아이디어를 접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외교관’은 국제 외교에 관한 것이면서 동시에 관계 내의 권력 투쟁에 관한 정치 드라마다. 그럼에도 이러한 이중 구조를 통해 정치 드라마가 단순히 정책과 전략을 다루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권력의 역학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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