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총선 보도, 극우 약진-사민당 패배 원인 더 다뤘어야

2025-03-03

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59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달 25일 본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세정 위원장(전 서울대 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회의에선 ‘2025 자영업자 리포트’ 시리즈와 ‘부정선거 팩트체크’ 기획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또 국민연금 개혁과 딥시크, 김하늘양 사건 관련 기사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위원들은 “2월에 중앙일보는 전반적으로 다른 매체들이 놓친 부분을 팩트 위주로 다루면서 차별화된 보도를 했다”면서도 아쉬운 대목을 짚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중앙일보가 자영업자 시리즈 보도를 하고 있는데, 17일 자 1면과 24일 자 1면 등의 기사는 자영업자 700만명이라는 국내 상황에서 이들을 힘들게 하는 임대 갑질·프랜차이즈 문제를 다양한 사례로 잘 보여줬다. 또 구매 협동조합·배달 앱 수수료 제한 등 건설적 제안을 내놓은 점도 좋았다. 현 경제 상황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편에 서서 좋은 보도를 했다.

최근 반도체·추경·국민연금에 이어 상속세 논의가 많은데 지난 17일 자 B1면 기사에서 상속세 관련 쟁점과 여야 입장차도 잘 정리됐다. 이어서 22일 자(중앙선데이) 1면에서도 상속세가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를 어렵게 만들고, 92년 도입한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실제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망치는 측면이 있는 것인지를 보완적으로 다뤘다. 두 기사를 합하면 상속세와 관련한 현재의 쟁점을 굉장히 폭넓게 아우르는 내용이었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자영업 기획은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법까지 단단하게 제시해 ‘솔루션 저널리즘’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부정선거 팩트체크 기획도 의혹을 자세하게 짚어간 좋은 시도이고, 전반적으로 잘 구성됐다고 본다. 조금 아쉬운 점은 24일 자 기사 내용 중 투표용지에 일장기 모양이 찍힌 건 관리 부실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

탄핵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임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2월 7일 자 1면에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윤 대통령 공방을 중계하듯 나열한 건 아쉽다. 전날 유튜브 등으로 소화된 내용이니, 각 주장이 전반적인 탄핵 심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가 더 담겼으면 좋았겠다. 17일 자 B1면 제목에 ‘늙어가는’ 상속세라는 표현은 아쉽다. 상속세가 늙어간다는 게 뜻이 모호하고, 늙음에 대해 약간의 폄하가 들어간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25일 자 1면 독일 선거 보도에서 ‘메르츠 독일 총리 유력 메르켈의 23년 라이벌’이라는 기사와 관련해, 이번 독일 선거의 가장 주목할 만한 포인트로 메르켈의 23년 라이벌이 독일 총리로 유력하다는 점을 뽑은 건 아쉬웠다.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이 20% 이상 득표로 독일 제2정당이 됐다는 점 등을 잘 다루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2면에서는 독일대안당의 바이델 공동대표에 대해 ‘동성애자, 아이 둘’ 같은 내용으로 부제를 달았다. 이보다는 사민당이 왜 이렇게 무너졌는지, 유럽의 다른 선거 흐름 등을 풀어냈으면 좋았을 것 같다.

14일 자 5면에 대전 초등학생 피살 사건 이후 전문가 인터뷰에서 우울증은 공격성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기사는 굉장히 좋은 보도였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우울증을 포함해 이런저런 질병들에 대한 낙인찍기 문제가 되풀이되는데 이런 식으로 앞으로도 계속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2월 3일부터 사흘에 걸친 딥시크 기획은 중국의 특허 숫자, 인재 확보, 중국 정부의 지원책과 발전 계획까지 탄탄하게 다뤄줘서 이것만으로도 딥시크 사태를 다 훑어볼 수 있는 보도였다. 다만 19일 자에서 전문가들과 딥시크 보안 정책을 분석했는데, 기왕 전문가 의견을 묻는 김에 다른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들의 개인정보 처리 방침과 딥시크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등을 분석했으면 했다. 딥시크가 정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건드려주는 부분은 좀 약했던 것 같다.

21일 자 3면 트럼프발 중소기업 위기 기획은 현장 목소리가 집중 조명된 점이 좋았다. 다만 ‘삼중고’로 환율·관세·주52시간제를 꼽았는데,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시행은 이미 예정된 것인 데다 관세 폭탄이나 환율 급등 같은 글로벌 경제 변수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자영업자 리포트는 생생한 목소리와 증언, 관련 통계와 대안까지 탄탄한 취재가 좋았다. 부정선거 팩트체크 보도 중 ‘선관위 20세 알바생’ 기사도 좋았다. 부정선거 이슈가 큰데 무엇이 팩트인지 아무도 밝혀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장기 투표지의 진실’ 보도는 재판 기록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분석해서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에 일정 부분 답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긍정적 역할을 보여줬다. 7일 자 1면 등에서 대왕고래 사업성 발표가 기사화됐는데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언론이 과연 이 문제를 제대로 짚었는지 조금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앙일보 역시 이 사업의 경제성을 조금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경계하는 측면에선 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하늘양 사건 보도 중 14일 자 5면에서 전문가 자문을 통해 우울증이 공격성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짚어줬다. 타 매체들이 (가해 교사가) 우울증이라는 점에만 집중한 것과 차별화됐다. 다만 온라인 기사 중 처참한 사건 현장을 너무 자세하게 재구성한 것, 제목에 ‘피 흥건’ 같은 표현이 들어간 점은 지적하고 싶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좋은 기사를 먼저 말씀드리면 자영업자 리포트다.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많아도 지표 상으로 크게 나타나지 않는데, 이 기사가 정말 현장 경제를 보여줬다. 속 시원하고 인상적인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18일·19일 자에서 전공의 사직과 의정 갈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것도 좋았다. 다만, 최근 부산역과 대구·광주·대전 등에서 탄핵 찬성, 탄핵 반대파의 집회 내용을 많이 다뤘는데 이렇게 연속 보도하는 게 통합에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4일 자 20면에 뮤지컬 티켓 값이 28만원까지 오른 상황을 ‘티켓플레이션’이라고 정의했다. 또 5일 자 B5면은 ‘정체기 맞은 커피 시장’이란 제목으로 1500원과 7000원 아메리카노가 공존하는 상황을 ‘양극화’라고 했는데 다른 시각에서 보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영환 변호사=김하늘양 사건 다음날 1면 하단에 초등학교 추모 사진, 6면에 관련 기사가 게재됐다. 다른 정치·경제 이슈들보다 국민 관심도 높았던 사건이라고 생각하는데 비중이 좀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6면 기사에 교사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여과 없이 나온 점은 아쉽다. 또 문제의 교사를 배제해야 한다는 차원의 문제 제기가 대부분인 점은 아쉬웠다. 방과 후 수업 과정에서의 아동 관리 실태와 문제점 등이 심층적으로 다뤄졌다면 좋았을 것 같다.

17일 자 1면에 성수동 구두 명장 1호 사진이 실린 것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던 분들을 1면에 내세우면 그 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힘이 된다는 점에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세정 위원장=우리 사회가 탄핵에 매몰돼서 다른 이슈에 대한 고민을 잘 하지 않고 있다. 주류 언론은 아젠다 세팅의 역할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2월에 중앙일보가 상당히 잘했다고 본다. 18일 자 의정 갈등의 피해 상황을 다룬 보도가 그랬다. 또 부정선거 팩트체크도 주류 언론은 거의 다루지 않았는데 국민 30%가 부정선거 의혹을 믿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일보가 24일, 25일 객관적인 팩트를 많이 전달한 점이 좋았다. 김하늘양 사건과 관련해서도 교육부에서는 우울증과 연관해 교사들 정신 건강을 체크한다 했는데 이는 너무 쉽게 희생양을 찾는 게 아닌가 싶다. 과연 이런 대책으로 차후 이같은 사건이 걸러질 지에 대해선 과감하게 객관적인 팩트로 비판하는 보도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홍지혜 마이아트컴퍼니 대표=3일 자 2면 ‘내수 살리자는 지역 화폐 41%가 학원비로 쓰였다’는 기사에서 김해시 학원비 사용이 가장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학원비 비중은 41%로 교습학원·외국어학원·스포츠교육기관·예술학원을 합한 수치를 쓰면서 식당은 25.1%, 식자재 등 음식 관련 소비는 10.5%로 분할하여 표현했다. ‘식당 및 식자재 관련 소비’도 35.6%로 거의 비슷한 수준인데 학원비 비중을 절대적인 문제처럼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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