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시행 1주년을 맞았다. 한국거래소는 5월 27일 1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같은 날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의 변경 결과를 발표했다. 총 32개 종목이 빠졌는데, 편출된 금융사 중 범현대가(家)인 현대해상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현대해상은 2024년 결산 배당을 하지 못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국내 증시의 디스카운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정부는 기업에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밸류업 참여를 유도하고, 투자자에게는 주주 환원에 힘쓰는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수를 구성했다.
2024년 5월 27일은 금융당국이 밸류업 공시를 시작한 날이다. 지난해 5월 22일 기준 총 152개사가 참여(본 공시 147개, 예고 공시 5개)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주주 환원에 적극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내는 기업을 모은 지수다. 지수 편입 조건은 △시장 대표성(시가총액) △수익성(당기순이익) △주주환원(배당, 자사주 소각) △시장 평가(주가순자산비율·PBR) △자본 효율성(자기자본이익률·ROE) 크게 5개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산출을 시작했으며 구성 종목은 연 1회 변경한다.
한국거래소는 5월 26일 주가지수운영위원회를 열고 주요 대표 지수(코스피 200, 코스닥 150, KRX 300)와 코리아 밸류업 구성종목의 정기 변경을 심의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는 27개 종목이 새로 들어왔고 기존 32개 종목은 빠졌다. 2024년 12월 특별 편입으로 총 105개 종목이 있었으나 이번에 100개로 조정했다. 변경 종목은 6월 13일부터 반영한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10대 그룹의 현황도 공개했다. 공시에 참여한 그룹은 HD현대, LG, SK, 롯데, 삼성, 신세계, 포스코, 한화, 현대차다. GS그룹은 참여하지 않았다. 전체 공시 기업 중에서 10대 그룹의 공시 비중이 31%(47개사)에 달한다.
범현대 계열 그룹은 밸류업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이다. 10대 그룹의 47개사 중 14개(HD현대 8개사, 현대차 6개사)가 이들 계열사다. 현대차의 경우 1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해 시장에서 ‘밸류업 우수생’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2025 밸류업 우수기업’ 10개에도 HD현대일렉트릭(경제부총리 표창), 현대글로비스(거래소 이사장 표창)가 포함됐다.

이런 와중에 올해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 편출된 종목에 범현대가 기업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코스피 149위(5월 29일 기준) 현대해상으로, 편출 종목 중 유일한 보험사이기도 하다. 현대해상은 2024년 결산배당을 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지수 구성 기준을 맞추지 못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조건에 따르면 2년 연속 배당을 해야 한다”라며 “5개 기준 중 하나라도 미달하면 편출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현대해상이 배당을 실시하지 못한 건 23년 만이다. 최근 3년간 배당수익률은 4.1%였다. 배당을 못 한 배경에는 변경된 국제회계기준이 있다. 2023년부터 보험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 17과, 이를 기초로 하는 신 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됐다. 신규 기준에서는 금리 하락, 손해율 증가 등을 보험사의 재무구조와 지급여력에 반영한다. 보험사의 잠재 리스크 측정 수준을 강화하면서 보험사가 적립해야 하는 자본(요구 자본)도 늘어났다.
현대해상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주주에게 현금으로 배당하는 정책을 이어왔다”며 “새 기준 도입 이후 시장 금리 하락과 보험 회계 감독 제도 강화로 자본 총계가 감소한 반면, 해약환급금 준비금 등 적립금은 늘어나 배당 가능 이익이 소진됐다”고 설명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이란 보험사가 계약 해지에 대비해 마련하는 자금을 뜻한다.
이로 인해 주가가 요동치면서 주주의 불만도 커진 상태다. 주주환원율은 배당 덕에 15~25% 선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0%가 됐다. 현대해상은 자사주 매입·소각을 시행한 적이 없다. 주주환원책도 별도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현대해상은 앞선 공시에서 “수익성 개선 등으로 자본력을 강화하는 한편 제도 개선을 위해 금융당국과 소통해 배당 가능한 이익 확보 시점을 앞당길 것”이라고 명시했다.
주주환원책에 대해서는 “배당 가시성을 확보한 이후 중기 주주환원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현재 상법상 배당 가능이익 한도 부족으로 인해 자사주 매입 계획은 없다. 자사주 처분·소각은 향후 경영환경 등을 고려해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해상을 향한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올해도 배당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실적까지 부진하면서 목표주가는 연이어 내려간 상태다. 현대해상의 1분기 순이익은 2032억 원으로 전년 동기(4773억 원) 대비 57%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험 이익도 67%(5329억 원→1759억 원)로 줄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별도 순이익이 시장 예상을 하회했다. 겉으로 보이는 지표는 여전히 아쉬운 상황”이라며 “자본 감소만큼 배당 이익도 감소해 현재 재무제표에서 배당 재개 시점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험 계약 마진(CSM) 정상화로 보험 손익을 개선하고, 부채 증가가 제한되면서 수익성과 안정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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