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높은 관세율을 피하기 위해 2839억 원 규모의 외국산 금 제품을 한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에 우회수출하려던 업체들이 적발됐다. 올해 8월까지 관세청이 적발한 우회수출 규모만 3569억 원에 달한다.
관세청은 12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공항세관 수출입통관청사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산 금 가공제품에 부과하는 고관세율을 회피하기 위해 원산지증명서를 한국산으로 허위 조작해 미국에 우회수출하려던 업체 7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들은 우리나라 세관에는 외국산으로 신고하고 미국 세관에는 허위 원산지증명서를 통해 한국산으로 신고하는 방법으로 불법 우회수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 설립한 현지법인을 이용해 국내로 물품을 수입한 뒤 단순히 포장만 변경하는 ‘라벨갈이’ 방법도 이용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이들 업체 7곳 관계자를 대외무역법 자유무역협정(FTA)특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최근 5년간 국산둔갑 우회수출 적발규모는 △2021년 15건 436억 원 △2022년 43건 2408억 원 △2023년 49건 1188억 원 △2024년 10건 348억 원 등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관세청이 적발한 한국산 둔갑 우회수출 건수는 20건, 금액은 35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건수는 150%, 금액은 1313% 크게 늘었다. 지난 5년간 누적 금액(7949억 원)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처럼 올해 우최수출 적발 규모가 크게 늘어난 데엔 미국의 관세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올해 8월 7일 발표한 상호관세 관련 행정명령에서 6개월마다 미국에서 적발된 우회수출 기업 및 국가를 공개하고 해당 물품에 대해 40% 관세와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기업과 국가에 대해서도 조달 참여를 제한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포함시켰다.
관세청은 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3국에서 미국으로 물품을 수출하기 위해 한국을 우회 경로로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기업 및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관세정책 특별대응본부 및 산하에 ‘무역안보 특별조사단’을 설치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외국 물품이 우리나라를 경유해 국산으로 둔갑해 우회수출하는 일이 늘어나면 우리 기업의 수출 제품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 저하와 무역장벽 강화 등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우회수출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단속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빅데이터 기반 수출입 및 화물정보 모니터링 시스템'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정원·산업부·외교부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국토안보수사국(HSI)과도 수사 공조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종욱 관세청 조사국장은 "국산둔갑 우회수출은 우리 수출기업 및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최근 미국 정부에서 강력한 제재조치를 예고한 만큼 우회 수출 행위를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