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4.08 13:32 수정 2025.04.08 13:38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유증 규모 축소하고 한화에너지 1.3조 제3자 배정 참여
“주주권익 보호할 것”…안병철 사장, 직접 고개 숙여 사과
시장 비판에 계획 전면 수정...실적 가이던스 이례적 공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전격 수정했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와 경영권 승계 논란이 지속되자 유상증자 구조를 재설계해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새롭게 추가하며 부담은 줄이고 주주권익은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8일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유상증자 논란을 통해 뼈저리게 반성했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최고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고 지금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이날 현장에서 고개를 숙이며 주주친화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시장에 오해를 불식시키고 금융당국 요청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했다”며 “소액주주들이 15% 할인에 참여해야 하는 기존 방식 대신 한화에너지가 할인 없이 제3자 배정 증자에 참여하는 구조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 언론, 시민단체, 정치권, 정부당국으로부터 따가운 질책과 지적을 받았다”며 “주주들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제3자 배정 방식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으로 기존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중 주주배정 방식은 2조3000억원으로 줄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증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안 사장은 “주주배정 증자는 15% 할인율이 적용되지만 제3자 배정 유증은 할인 없이 진행한다”며 “소액주주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구조를 바꿨다”고 밝혔다. 제3자 배정 유증은 이달 20~21일쯤 이사회 결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구조 변경은 경영권 승계 논란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 한화에너지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1조3000억원에 매입했고 이 자금이 유상증자 형태로 다시 한화에어로로 되돌아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지배력을 가진 계열사 간 자금 순환 구조가 승계 작업과 연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고 금융감독원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반려하며 제동을 걸었다. 정치권도 “유상증자 직후 총수 일가가 자녀에게 ㈜한화 지분을 증여해 증여세를 줄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안 사장은 “이번 유상증자나 제3자 배정 증자는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며 “정치권에서 말하는 승계 작업은 이미 끝났고 한화오션 투자는 방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한화에너지는 한화오션 투자 자금을 직접 쓰지 않고 차입했으며 이번에 다시 한화에어로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되돌리는 것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지금 시점이 언제인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IPO)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지 않겠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방산과 항공, 위성, 우주발사체 등 중장기 투자 계획도 함께 발표하며 대규모 자금 조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날 실적 가이던스를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시하기도 했는데 회사는 올해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3조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수치는 증권사들의 컨센서스를 취합한 수치다.
안 사장은 “글로벌 안보 위협과 국방 예산 증가는 기회이자 위기”라며 “성공적인 증자와 공격적인 투자 집행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