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의 ‘대부’로 꼽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고령 논란’ 끝에 재선을 포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될까. 2026년 대선을 앞두고 룰라 대통령이 2차례에 걸친 뇌출혈 수술을 받고 퇴원하면서 그의 건강상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상파울루에서 지난 10일과 12일 2차례에 걸친 뇌출혈 수술을 받은 뒤 이날 퇴원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10월 관저에서 넘어져 머리 뒷부분을 다친 후유증으로 뇌에 출혈이 생겼다.
이번 수술은 올해 79세인 룰라 대통령의 나이와 건강에 대한 해묵은 우려를 재소환하는 계기가 됐다. 룰라 대통령은 2011년 후두암을 진단받았다가 회복했고, 지난해에는 고관절 수술을 받는 등 오랫동안 건강 문제를 겪었다. 그는 평소 2022년 재혼한 사실을 강조하거나 소셜미디어에 근력운동을 하는 사진을 올리는 등 건강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날 퇴원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선거 때도 말했듯이 나는 이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한 30대의 에너지와 20대의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 직후에는 활짝 웃으며 병원 복도를 걷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6년 대선 시기에 81세가 되는 룰라 대통령이 재선에 나설 수 있겠냐는 의구심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문제는 그가 집권 노동자당(PT)의 사실상 유일한 대선주자라는 점이다. 룰라 대통령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뒤 90%에 육박하는 지지율 속에서 퇴임했지만, 뒤이어 당선된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최악의 경기침체와 부패 스캔들로 탄핵당하면서 브라질 좌파 세력도 약화를 거듭해왔다. 아직 대중적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룰라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으면 노동자당은 정권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룰라 대통령은 아직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지만 그의 측근들은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룰라 대통령의 건강이 대통령직 수행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룰라 대통령은 아직까지 브라질리아에 복귀하지 못하고 상파울루에서 회복 중인데다, 의료진은 당분간 장거리 해외여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룰라 대통령은 지난 10월 머리를 다친 뒤 러시아에서 열린 브릭스 회의 참석을 취소하기도 했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최소한 2년간 브라질은 룰라의 건강과 나이 문제를 공개적이고 책임있게 다뤄야 한다”고 썼다. 룰라 대통령은 뇌 수술을 받는 동안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하지 않은 채 전화와 전자서명 등을 이용해 업무를 계속했는데, 야당은 이것 역시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룰라 대통령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정치적 이유로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툴리오 바르가스 재단의 에두아르두 그린 정치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룰라와 바이든을 비교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며 “룰라의 건강 상태에 대한 대부분의 추측은 그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금융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