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세상에 없는 세 가지
공인중개사 시험이 끝난 다음 날, 다시 학원 사이트에 들어갔다.
가채점 결과 ‘합격’이라는 건 이미 확인했지만, 무엇이 맞았고 무엇이 틀렸는지 궁금했다. 특히 공법 62.5점이 불안했다. 혹시 가채점이 잘못된 건 아닐까, 합격선인 60점을 못 넘긴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사이트에 올라온 해설 강의를 재생했다. 강사의 문제 풀이를 보면서 하나하나 다시 확인했다.
40문제 풀이가 끝나고 동그라미를 세어보니 25개였다.
정확히 62.5점.
틀린 문제는 15개였다. 실수한 것도 있었고, 애초에 몰랐던 것도 있었다. 중요한 건 정답이 분명했다는 점이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래서 내가 이 시험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거구나.’
정답이 있는 세상.
모든 시험에는 채점 기준이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도 마찬가지다.
정답을 맞히면 점수를 얻고, 틀리면 감점된다. 논쟁의 여지가 없다. 정답을 찾으면 되고, 틀렸다면 틀린 이유를 받아들이면 된다. 이를 인정하고, 다음에는 정답을 맞힐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게 ‘정답이 있는 세계의 법칙’이다. 깔끔하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가?
정답이 없다.
모호하고 헷갈리는 문제투성이다. 정답이 확실하지 않으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정답이 없으니 서로 자기 주장이 정답이라고 우긴다. 서로 상대방이 틀렸다고 공격한다. 때로는 억지도 부린다.
그렇게 의견이 같은 사람들끼리 뭉친다. 반대편은 적이 된다. 많은 경우 좋고 싫음(好惡)이 옳고 그름(是非)을 결정한다.
첫머리가 이렇게 시작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기침과 가난은 감출 수 없다.”
나는 이 한 줄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맞네. 맞는 말이네.”
그런데 더 강렬한 문장을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