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스타트업이 시각장애 환자용 스마트글래스를 유럽에 출시한다. 우수한 성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사회 문제 해결은 물론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셀리코는 올해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를 위한 증강현실(AR) 글래스 '아이케인'을 프랑스, 영국 시장에 선보인다. 현지 판매업체와 계약 조건 등을 논의 중으로, 회사는 1분기 중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황반변성은 망막에서 광수용체가 밀집한 황반 부위에 퇴화가 찾아온 것을 말한다. 시야 중앙부터 흐려지면서 암점이 점차 확산된다. 노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데,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라 그동안 시력 퇴화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방식으로 치료했다.
셀리코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스마트 안경을 개발했다. 시야 중앙의 암점 부분을 안경 가장자리에 배치해 물체를 또렷하게 확인한다. 글라스 전면에 부착된 고해상도 카메라는 물론 시야를 측정하는 알고리즘, 실시간 영상처리 기술로 구현했다. 황반변성 초기·중기 환자 시야 상태에 맞춰 시야 사각지대를 해소한다.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다양한 언어를 지원한다.
아이케인은 무게가 75g에 불과하다. 환자가 착용하기 편해야 하는 만큼 제품 설계부터 경량화에 집중했다. 440g가 되는 이스라엘 경쟁사 제품에 비해 훨씬 가볍다. 셀리코는 아이케인으로 CES 2025 혁신상과 미국 발명가 상인 에디슨 어워즈를 모두 수상했다. 2021년 퓨처플레이 시드 투자를 받은 셀리코는 총 28개 특허를 등록·출원했다.
셀리코는 조만간 유럽 내 아이케인 출시로 매출 성장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로 황반병성 환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황반변성 시장이 2027년 153억달러(약 22조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셀리코는 상대적으로 시력교정장치가 보편화된 유럽에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공략에 나선다.
김정석 셀리코 대표는 “영국 판매업체와 계약을 협의하며 국내 생산 준비를 모두 마쳤다”면서 “올해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매출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리코가 도전하는 또 다른 제품은 '전자눈'이다. 손상된 망막층에 이미지센서를 삽입해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대신한다. 시력으로 치면 0.2 수준의 상을 구현한다. 회사는 지난해 말 동물 대상 생물학적 안전 시험을 통과했다. 3년후 임상시험을 목표로 의료기기 4등급 획득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은 이미 시각장애인 신경 복원 기술을 연구하는 것을 보며 한국에선 드문 전자눈 개발을 결심했다”면서 “시력 장애 환자도 희망을 갖고 사회에 활동하는 '심청이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